현직 경찰 간부의 실명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등장했다. ‘○○경찰서 △△과’라며 부서 이름을 사칭하는 사례는 잦았지만 실제 경찰 간부의 이름을 거론한 건 이례적이어서 피해 확산이 우려된다.
한모 씨(71·서울 영등포구 신길동)는 29일 오후 2시경 농협 여의도지점 직원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정체불명의 여성이 당신의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다 실패하고 도망쳤다”는 내용이었다. 이 남성은 “경찰에 신고했으니 곧 연락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협 계좌를 개설한 적 없는 한 씨는 처음엔 전화 내용을 믿지 않았지만 곧이어 자신을 영등포경찰서 안모 수사과장이라고 소개하는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한 씨에게 “은행에 입금된 돈을 안전한 계좌로 옮겨야 한다”며 자신의 계좌로 2700만 원을 입금하라고 지시했다.
한 씨는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영등포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공교롭게 전화기 속 남성이 말한 이름은 현직 수사과장의 실명과 일치했다.
한 씨는 자신의 기업은행 계좌에서 하루 이체 한도인 600만 원을 해당 계좌로 보냈다. 그러나 “나머지 2100만 원도 입금하라”는 ‘가짜’ 수사과장의 재촉을 수상히 여겨 직접 영등포경찰서를 찾았다. ‘진짜’ 안 과장을 만난 뒤 사기 당한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돈이 빠져나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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