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울역 자리를 지나다 보면 광장에 늠름하게 서 있는 한 노인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최근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안중근 윤봉길 의사와 함께 등장했던 독립운동가 왈우(曰愚) 강우규 의사(1855∼1920)의 동상(사진)이다. 동상이 서 있는 곳은 그가 1919년 9월 2일 조선총독 사이토 마코토(齋藤實)를 암살하기 위해 폭탄을 투척했던 자리. 강우규의사기념사업회는 의거 92주년을 맞은 2011년 9월 2일 이 자리에 동상을 세웠다.
의거 당시 강 의사의 나이는 환갑이 넘은 64세였다. 두루마기 차림의 강 의사가 오른손에 폭탄을 들고 투척하기 직전의 모습을 형상화한 동상은 노인이었지만 조선 독립을 위해 분연히 일어섰던 그의 강직한 기개를 느낄 수 있다.
선생은 의거 당시 폭탄을 명주수건에 싸서 허리에 맨 뒤 위에 저고리와 두루마기를 입어 폭탄을 감췄다. 오후 5시 사이토 일행이 남대문역에 도착해 환영행사를 마친 뒤 관저로 떠나기 위해 마차를 탑승할 때 거사를 결행했다. 비록 총독 폭살에는 실패했지만 일본경찰 37명이 죽거나 다쳤다. 강 의사는 이듬해 11월 29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강 의사의 의거는 조선 독립운동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노인에 의한 폭탄 투척이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의미를 갖는다. 동상 좌대에는 강 의사가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하기 직전에 남긴 시가 새겨져 있다. “단두대 위에 서니 오히려 봄바람이 이는구나. 몸은 있으되 나라가 없으니 어찌 감상이 없겠는가”(斷頭臺上 猶在春風 有身無國 豈無感想·단두대상 유재춘풍 유신무국 개무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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