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초 돌풍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늘어 안전 위협… 동호인 감소, 한강변 자전거도로 규정 바뀌어야
2000년대 초반 어린아이들은 물론이고 젊은 남녀들의 데이트에서도 인라인스케이트는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당시 한강변에는 인라인 동호인들이 무리를 지어 ‘로드런’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불과 10여 년이 흘렀을 뿐인데 인라인스케이트는 ‘추억의 스포츠’처럼 인식되고 있다. 11개 한강 시민공원과 중랑천 양재천 등 하천 주변에 마련된 인라인스케이트장은 대부분 ‘개점휴업’ 중이다. 그 많던 인라인스케이터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 한때 동호인 300만 명에 달했지만…
2일 중랑구 면목동 중랑천변 인라인스케이트장은 일요일인데도 하루 종일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중랑천 주변 자전거도로 역시 예전에는 종종 인라인스케이터들이 무리 지어 달리는 곳이었지만 이날은 자전거 이용자들만 보였다. 다른 인라인스케이트장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여의도공원에서 인라인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 씨는 “평일에는 손님이 10명이 안 되는 날도 있다”며 “지난해에 비해서도 이용자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여의도공원의 인라인대여점은 두 곳이 있었지만 한 곳은 운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인라인스케이트를 포함한 롤러용품 매출이 2003년 135억 원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는 12억 원으로 10년 새 10분의 1로 줄었다.
인라인스케이트는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3년도에는 전국인라인스케이팅연합회가 생기기도 했다. 전국인라인스케이팅연합회(이하 연합회)에 따르면 당시 판매 대수를 바탕으로 추정한 전국의 인라인 인구는 3000만 명에 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는 인라인스케이트 인구도 꾸준히 늘어났고 대회도 많았다”며 “그 당시 인라인을 샀다가 지금은 창고나 자동차 트렁크 같은 곳에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기에는 인라인 마라톤 대회가 전국 10여 개 도시에서 개최되고 참가 신청 인원도 3000명에서 4000명은 쉽게 넘었다. 하지만 현재 인라인 마라톤 대회는 강원 춘천과 전북 전주 등 2곳에서만 열리는 정도다.
○ 자전거 늘면서 몰락
인라인스케이트가 퇴조한 시기는 자전거타기 열풍이 불었던 시기와 비슷하다. 한 동호회 관계자는 “성인 동호인들은 대부분 한강이나 하천 주변 도로를 달리는 재미에 인라인을 탔는데 자전거 동호인이 늘면서 한강에서 인라인을 타는 게 예전보다 쉽지 않아져 자연스럽게 인구가 줄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인라인스케이트 인구가 많았던 반면 자전거 인구는 요즘처럼 많지 않아 함께 도로를 이용할 수 있었는데 2000년대 후반 들어 자전거 인구가 부쩍 늘면서 충돌 위험 때문에 도로에 나서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현재 한강공원의 자전거 도로는 실제론 자전거만을 위한 도로가 아니다. 서울시 규정상 한강공원 자전거 도로는 모두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로 지정돼 있다. 원칙적으로 자전거와 보행자, 그리고 휠체어와 유모차 등만 다닐 수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는 도로교통법상 ‘놀이기구’로 규정돼 있어 자전거 도로로 다닐 수 없다. 자전거 도로에서 사고가 나면 인라인스케이트 이용자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자전거 도로와 인라인용 도로가 구분된 곳은 반포대교 인근 등 짧은 구간에 불과하다. 인라인 연합회 김창희 사무처장은 “자전거 도로가 전 국토에 깔리고 있는데 인라인 인프라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라며 “인라인도 출퇴근이나 레저에 이용할 수 있는 만큼 자전거처럼 교통수단으로 인정돼 자전거 도로를 함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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