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성폭행… 사기… 관리 사각지대 놓인 공익요원 범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4일 03시 00분


■ 2011년 102건 발생… 해마다 증가

대구 여대생 살해범 조모 씨(24)가 시민의 발인 지하철역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해 왔는데도 그가 소속된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조 씨의 성범죄 전과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공익근무요원은 시민 안전 등과 직결된 분야에서 직접 시민을 대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속 기관조차 범죄 전과를 모를 정도로 관리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3일 “조 씨를 모집한 병무청에선 공익요원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밖에 알려주지 않았다”며 “조 씨가 성범죄자인 사실을 몰랐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2011년 1월 울산 중구에서 16세 미만 여자 청소년을 강제 추행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함께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명령 3년 등을 선고받았다. 현행 병역법상 6개월 이상 1년 6개월 미만의 징역·금고를 선고받거나 1년 이상 징역·금고형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공익요원 대상자인 보충역으로 분류된다.

조 씨는 지난해 8월부터 여성과 아동이 많이 왕래하는 지하철역에서 근무했다. 지하철 공익요원은 승하차 안전관리 지도를 비롯해 지하철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성추행 예방 등 치안활동도 보조한다.

○ 해마다 늘어나는 ‘공익 범죄’

공익요원의 범죄와 일탈 행위는 계속 늘고 있다. 1월 국민권익위원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각종 범죄 행위로 구속된 공익요원은 2010년 94명에서 2011년 102명, 2012년 1∼9월 89명으로 증가했다. 강간으로도 2010년 8명, 2011년 11명이 구속됐다. 근무 실태도 엉망이었다. 복무이탈, 근무명령 위반자가 2010년 2597명에서 2011년 3068명으로 늘었다. 올 4월 30일 기준 공익요원은 4만9070명으로 8700여 개 기관, 근무지 2만여 곳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한 빌딩에서 전 여자친구 A 씨와 다투다 뇌사 상태에 빠뜨린 김모 씨(21)도 강북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공익요원이었다. 김 씨는 공익 복무 중이던 지난해 9월에도 A 씨와 다퉈 경찰에 폭행 혐의로 입건되는 등 스토킹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당시 김 씨 입건 사실을 김 씨의 관리감독기관인 강북구에 알려주지 않았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한 달에 한 번 면담하지만 여자친구 고민이 있는지 몰랐다”며 “지난해 경찰에 입건된 것도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과 시간에 근무지에서 범죄를 저지른 공익요원도 있다. 전북 군산시의 한 면사무소에서 민원인들의 신분증 사본을 훔쳐 대포폰을 개통해 판매한 혐의(사기 등)로 전 공익요원 김모 씨(30)가 지난달 20일 경찰에 불구속 입건됐다. 김 씨는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6월부터 두 달여 동안 주로 점심시간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민원인들의 신분증 사본을 촬영하거나 서류를 훔쳐냈다.

○ 감독 사각지대 공익요원

공익요원은 군인도 공무원도 민간인도 아닌 ‘어정쩡한’ 신분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복무기관에서 근무를 지휘·감독하지만 징계는 병무청이 담당한다. 현재 공익요원과 함께 일하는 한 공무원은 “현역병 근무에 적합하지 않아 보충역 판정을 받았는데도 정작 이들에 대한 관리는 부족하다”며 “전반적인 관리는 공익요원을 뽑은 병무청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법상 공익요원의 1차 관리 책임은 복무기관의 장이 지도록 돼 있다”고 답했다.

병무청은 공익요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위해 복무지도관을 두고 있다. 모두 77명으로 1인당 공익요원 637명을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박효선 청주대 군사학과 교수는 “성범죄 등 위험한 전과가 있는 공익요원이 시민을 직접 상대하는 업무에 배치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일괄적으로 출퇴근할 게 아니라 필요에 따라 일정한 장소에서 함께 생활하도록 하는 등 현역병에 준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훈상·박희창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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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공익요원#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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