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이 3일 “책임져야 할 부분은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시작된 후 이 회장이 심경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이 회장은 이날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e메일에서 “임직원 여러분이 느꼈을 혼란과 실망을 생각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밤낮없이 달려온 임직원 여러분의 자부심에 상처를 주고, 주위로부터 불편한 시선을 받게 했다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할 뿐”이라며 사과했다.
이 회장은 또 “책임져야 할 부분은 물론이고 나를 도와준 임직원들의 과오까지도 책임지겠다”며 “나의 잘못과 부도덕함 때문에 임직원과 회사가 더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e메일은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이날 오전 1시 12분경 그룹 내 82개 계열사에 근무하는 임직원 4만여 명에게 동시에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주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을 비롯해 CJ푸드빌, CJ대한통운, CJ E&M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CEO 레터’를 통해 직원들에게 “동요하지 말고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하자”는 내용의 e메일을 보낸 바 있다.
검찰 소환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이 회장이 침묵을 깨고 전 임직원에게 e메일을 보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회장은 수사가 시작된 뒤 출근하지 않다가 지난주부터 CJ그룹 본사에 나와 각종 현안을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이날 오전 이 회장의 e메일을 보도자료 형식으로 공개했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최근 일련의 조사 과정을 지켜보며 밤늦게까지 마음을 추스르며 글을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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