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최대 사학인 조선대는 2010년 1월 우여곡절 끝에 정이사가 선임돼 정상화 발판을 마련했다. 1988년 학내 민주화 투쟁으로 박철웅 전 총장 일가가 물러나고 임시이사가 파견된 지 21년 만이었다. 정이사 체제가 된 후 3년이 지났지만 대학 정상화의 길은 멀고 험난해 보인다. 임시이사 체제 때보다 오히려 더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대학이 안정을 찾지 못한 데는 무엇보다 법인 이사회 책임이 크다.
현재 조선대 이사는 지난해 1명이 사퇴해 이사장을 포함해 8명이다. 이사장에게는 매달 500만 원의 판공비와 운전사를 포함한 전용 차량이 제공되지만 이사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열리는 이사회 때 30만 원을 받는 게 전부다. 이사들 가운데 6명은 작년 말, 2명은 올 3월 임기가 끝났다. 그런데 아직까지 한 명도 사퇴하지 않았다. ‘무보수 명예직’인 이사들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들은 ‘임기가 끝나더라도 후임 이사가 임명될 때까지 급박한 현안에 대해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긴급 사무처리권’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학교 구성원들은 다른 꿍꿍이속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부 이사가 대학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 실제 이사회는 최근 두 차례나 개방이사 후보가 추천됐는데도 모두 부결시켰다. 지난달 27일 투표에서는 유효표보다 ‘기권 또는 무효표’가 많았다. 일부 이사가 자기 편 사람을 이사회에 심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미루고 있다는 ‘음모론’이 설득력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면서 학내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평가 주요 기준인 법정전입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은 매년 법정전입금 약 60억 원을 대학에 부담해야 하지만 현재 3억 원에 그치고 있다. 조선대는 이 문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부실 대학’이라는 멍에를 쓸 수 있다. 조선대는 지난해 교육부가 취업률, 재정 건전성 등을 평가해 발표한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명단에서 가까스로 빠졌다. 올해도 마음을 놓을 처지가 아니지만 이사회는 급박한 현안은 외면한 채 자리 보전에만 급급한 모습이다.
강현욱 이사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세 부류로 나뉜 이사진을 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심각하다”고 털어놨다. 이사들 사이의 반목이 문제라는 얘기다. 아무리 주인 없는 대학이라고 하지만 이사들이 저마다 주인 행세를 하며 다투는 것은 옳지 않다. 2010년 1월 이사회가 출범하면서 이사들은 “봉사하는 마음으로 대학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사들이 명예로운 길을 갈지, 대학 발전의 걸림돌로 남을지는 17일 열리는 임시이사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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