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해안. 밀려드는 파도처럼 길게 늘어선 ‘밭담’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관계자들이 신기한 눈으로 관찰했다. 밭담은 농작물 재배를 위해 밭 주변에 현무암으로 얼기설기 쌓아놓은 돌담.
FAO 세계농업유산기금 파르비즈 쿠하프칸 의장(이란)은 “밭담의 이용, 규모, 독특한 풍광, 독창성 면에서 매우 흥미롭다”며 “지속적인 보전과 전통 농업문화 발전에 대한 실천계획을 제대로 세우면 중요농업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쿠하프칸 의장 일행은 제주도 초청으로 4일 밭담을 비롯해 제주의 돌담문화를 둘러봤다. 참석자들은 밭담에 대해 ‘차별화한 농업유산과 경관, 문화’라고 호평했다. 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한발 다가섰다.
밭담은 농토를 일구면서 생긴 돌을 쌓아 만든 것으로 바람을 막고, 가축이나 들짐승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재산의 경계를 구분 짓기도 한다. 밭담은 제주지역에서 농경문화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척박한 땅을 일궈야 했던 제주 사람들의 땀이 서려 있다. 푸석푸석한 땅에 심은 씨앗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하는 지혜도 담겨 있다.
제주대 고성보 교수팀이 2008년 샘플조사를 한 결과 제주 돌담의 총길이는 약 3만6000km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밭담은 2만2000km에 이른다. 거무튀튀한 현무암으로 쌓아올린 밭담이 용처럼 꾸불꾸불하게 이어졌기 때문에 ‘흑룡만리(黑龍萬里)’로 불리기도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주도가 제출한 ‘제주밭담 농업시스템’에 대해 전문가 자문과 보완을 거쳐 3월 FAO에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했다. 1월에는 ‘청산도 구들장 논’ ‘제주 돌담밭’을 국가중요농업유산 1, 2호로 각각 지정했다. FAO 내부 심의를 거쳐 빠르면 올해 말 밭담에 대한 세계중요농업유산 인증이 이뤄진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는 중국의 전통 차 농업, 일본의 따오기 공생농법 등 11개국 25개 유산이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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