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집 운영 50대女 줄 돈 부족하자 남편 아들 딸과 함께 지방으로 잠적
총 13억 떼먹어… 4개월만에 붙잡혀
올해 1월 10일 경기 성남시 중원구의 한 시장에서 18년 넘게 중국집을 운영해 온 김모 씨(52·여)는 가족회의를 소집했다. 안건은 ‘야반도주 여부’. 김 씨의 아들(30)은 “일단 도망치자”고 말했다. 남편(55)과 딸(32)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가족은 열흘 넘게 도주 계획을 치밀하게 짰다. 휴대전화 대리점에서 일했던 아들은 대포 휴대전화 3대를 구해왔다. 가족끼리만 통화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도주한 뒤 머물 강원 영월군의 한 펜션을 사전 답사하고 예약까지 마쳤다. 그러곤 1월 21일 주소지를 서울 성동구로 옮겼다. 만약 경찰에 붙잡히더라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조사받기 위해서였다. 이날 오후 김 씨 가족은 갖고 있던 휴대전화를 모두 정지시킨 뒤 잠적했다.
김 씨가 야반도주를 감행한 건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계’ 때문이었다. 2010년 12월부터 계를 운영해 오던 김 씨는 1월 20일 곗돈 4억5000만 원을 계원들에게 지급해야 했지만 돈이 부족했다. 자신의 가게 내부를 꾸미거나 사채 이자를 갚는 등 다른 상인에게 줄 곗돈까지 개인적으로 썼기 때문이다. 결국 김 씨는 계원 55명에게 지급해야 할 곗돈 13억 원을 주지 않고 달아났다.
김 씨는 예약한 펜션에서 3개월을 숨어 지내다 4월 말 충남 천안시의 한 원룸으로 이사했다. 그의 아들은 3월 초 먼저 펜션에서 나와 한 달에 220만 원인 경기 안성시의 한 체중관리시설로 들어갔다. 그의 딸은 친구 집에 한 달간 머물다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의 한 오피스텔을 얻어 생활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4개월간의 추적 끝에 김 씨를 붙잡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떼먹은 곗돈을 숨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지만 김 씨는 다 쓰고 남은 돈이 없다고 진술했다”며 “계주에게만 책임이 있어 함께 도망간 가족은 처벌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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