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버려진 강아지, 장애인의 도우미견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0일 03시 00분


■ 경기 화성 전국 첫 훈련센터 가보니

경기 화성시 마도면 도우미견 나눔센터에서 시추 ‘달이’가 훈련사 송민수 씨로부터 한 달째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나눔센터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유기견을 도우미견으로 훈련시켜 장애인과 홀몸노인에게 무상 분양할 예정이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경기 화성시 마도면 도우미견 나눔센터에서 시추 ‘달이’가 훈련사 송민수 씨로부터 한 달째 적응 훈련을 받고 있다. 나눔센터는 전국 최초로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유기견을 도우미견으로 훈련시켜 장애인과 홀몸노인에게 무상 분양할 예정이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으르릉∼ 멍! 멍!”

5월 27일 경기 화성시 마도면 ‘도우미견 나눔센터’. ‘달이’(시추·1·암컷)는 사육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기자를 보며 맹렬히 짖어댔다. 작은 체구지만 당장 물기라도 할 듯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봤다. 달이는 곁에 있던 훈련사 송민수 씨(29·여)가 “앉아”라고 몇 번을 명령한 뒤에야 꼬리를 흔들며 그 자리에 앉았다. 훈련사가 손바닥을 아래로 내리며 “엎드려”라고 말하자 바닥에 턱을 괴며 자세를 낮췄다. 이어 주머니에서 간식용 육포를 주며 “잘했다”고 칭찬하자 달이는 훈련사의 손바닥을 핥으며 애교를 부렸다. 방금 전까지 기자에게 으르렁대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 보였다.

송 씨는 “달이가 훈련사의 소리에 적응하는 훈련 초기 단계”라고 했다. 기자도 훈련사가 가르쳐준 대로 “앉아” “엎드려” “일어나” 등 기본적인 명령을 했지만 달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10분 넘게 조심스럽게 달이의 몸을 쓰다듬고 간식을 주자 행동이 달라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달이는 기자를 주인처럼 따르며 주변을 뱅뱅 돌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제자리를 펄쩍 뛰며 애교도 부렸다.

올해 3월 문을 연 이곳은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유기견을 도우미견으로 훈련시켜 장애인과 홀로 사는 노인에게 무상으로 분양하는 전국 최초의 시설이다. 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개는 모두 19마리. 1, 2개월 기본 훈련만 받은 초보 도우미견이 대부분이다. 한두 살 정도로 시추, 치와와, 푸들 등 다양했다. 30여 개 유기견 보호소에서 건강상태 사회성 적합성 등을 따져 선발됐다. 달이는 주인을 잃고 길거리를 헤매다 한 달 전 이곳에 왔다.

매년 경기도에서 길거리에 버려지는 유기견은 2만8000여 마리. 하지만 유기견들이 보호시설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고작 10일 정도에 불과하다. 이 기간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시킨다. 센터에 온 유기견들은 구사일생으로 생명을 건진 셈이다.

센터에는 훈련사 1명과 수의사 2명, 그리고 훈련을 도와주는 보조인력 2명이 일한다. 사육장과 훈련장, 의료실, 세면실 등의 시설을 갖췄다. 처음 들어온 개들은 의료실에서 기본 건강검진을 받은 뒤 시설 적응 훈련을 한다. 센터에 들어온 유기견은 훈련사도 적대적으로 대한다. 한 번 버림받은 기억이 있기에 낯선 이를 물기도 한다. 훈련사들은 그런 견공들을 보듬으며 목욕을 시키고 같이 놀아주며 친구가 된다.

도우미견 교육은 대부분 주택이나 아파트 등 일반 가정환경과 똑같이 꾸며진 33m²(약 10평) 남짓한 실내 훈련장 3곳에서 이뤄진다. 6∼12개월간 사람들과 어울리는 규범을 하나둘 익힌다. ‘앉기’ ‘기다리기’ ‘따라가기’ 등 복종 훈련과 배변, 소리적응 등 가정생활에 필요한 훈련을 반복한다. 이후 테스트를 통해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 홀몸노인, 지적장애 어린이 등에게 무상으로 분양한다.

테스트에서 탈락하면 일반 희망자에게 무료로 나눠준다. 센터 여운창 팀장은 “이르면 올해 말 첫 도우미견을 분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7월부터 정식 분양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는 내년부터 60억 원을 들여 나눔센터 주변 용지 3만2970m²에 반려동물테마파크를 조성한다. 훈련동 사육동 야외훈련장 동물체험·교육관 애견박물관 애견공원 등이 들어선다. 031-8008-6721∼2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강아지#도우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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