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매체인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있는 회사)를 세운 한국인 30명의 이름을 추가로 확인해 단계적으로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이 이름이 공개된 이들의 역외탈세, 비자금 조성 여부를 추적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혐의점이 드러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 측은 9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확보한 자료에 대한 분석을 계속한 결과 주요 인사 30명을 추가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또 “새로 밝혀낸 한국인도 대중에게 알릴 가치가 있는 인물들로 기존 방식대로 일주일에 1, 2차례 발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245명의 한국식 이름을 확보해 이 중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을 지난달 22일 이후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 이수영 OCI 회장 부부,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등 한국인 18명과 ‘문광남’ 등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인사 1명, 북한과 연관된 페이퍼컴퍼니 3곳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과 금감원도 역외탈세 혐의자들에 대한 검증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금감원은 아랍은행 서울사무소를 통해 이 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있는 전 씨 계좌의 정보를 요청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국세청도 전 씨의 탈세 혐의점을 찾고 있으며 싱가포르 정부에 전 씨의 계좌정보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세청과 금감원은 전 씨 등 이름이 공개된 인사들의 혐의점을 찾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뉴스타파 측은 “전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 씨의 경우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계좌가 있고, 이 은행이 그의 페이퍼컴퍼니를 특별 관리했다”면서 “싱가포르와는 조세조약이 체결된 만큼 당국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계좌명세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와 한국의 조세협약 중 양국 간 의무적 정보교환 대상에 금융정보는 빠져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금융정보의 경우 싱가포르 정부에 자료를 요청해도 자국법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계좌 정보를 확보하더라도 돈이 어디서 흘러들어온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모든 과정을 거쳐 실제 추징에 이어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넘어서야 할 장벽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5∼7일 미국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관계자 및 미국의 금융감독 당국 수장들과 만난 최수현 금감원장이 조세피난처 조사에 대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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