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에서 배로 50분 거리에 있는 장봉도는 트레킹과 갯벌체험으로 유명해 주말에 평균 4000∼5000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장봉(長峰)이란 이름은 섬에 길게 봉우리가 늘어서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이 봉우리들을 이어 섬을 종주하는 2∼6시간의 트레킹 코스는 바다와 산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 갯벌에선 상합과 동죽을 마음껏 캘 수 있어 갯벌 체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만이다.
장봉도는 특히 최근엔 힐링(치유)의 섬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2년 전 유방암 수술을 받은 주부 임재현 씨(40)는 지난달 말 장봉도의 한 힐링하우스에서 일주일간 머물렀다. 그는 “암 판정을 받은 뒤 심신이 편할 날이 없었는데 이렇게 마음이 안정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임 씨가 일주일간 특별히 한 일은 없다. 그저 산 중턱에 통나무와 황토로만 지은 집에서 바닷가를 내려다보거나 집 뒤편의 야트막한 산 주위를 산책하고, 섬에서 나는 나물과 해산물을 맛있게 먹은 것이 전부다. 이 힐링하우스는 이동관 씨(55)가 지어 지병 등 건강에 문제가 있어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빌려주는 집이다. 일반관광객은 받지 않는다. 1일 체험도 할 수 있고 임 씨처럼 며칠간 머물 수도 있다. 주인 이 씨가 ‘몸 살림’ 운동을 가르쳐 준다. 힐링하우스를 본떠 인근에 같은 방식으로 지은 별장 2채도 들어섰다.
장봉도가 힐링의 섬이 되고 있는 것은 산 바다 갯벌 식물 등 섬의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 이기 때문. 장봉도의 산은 대개 해발 100여 m로 높지 않지만 은근히 산세가 깊다. 시원한 산바람이 불고 민들레 냉이 씀바귀 취나물 고사리 도라지 달래 등 면역성을 키워주는 산나물이 지천에 널려 있다. 장봉도 갯벌은 인근의 강화도 남단 갯벌과 함께 오염되지 않고 자원이 풍부해 람사르 습지 보전 지구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곳 갯벌에서 나는 동죽 상합 바지락 김은 서해 중부지역에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또 장봉도에서는 10년 전부터 농약과 화학비료를 전혀 쓰지 않고 쌀과 고구마, 포도, 옥수수 등을 재배하고 있다. 장봉도 쌀은 80kg 한 가마가 다른 지역보다 4만∼5만 원이 비쌀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심근경색과 위암, 뇌중풍(뇌졸중), 심부전증, 당뇨 등으로 고통을 받던 사람들이 장봉도로 옮겨와 최소한 10명 이상이 건강을 되찾았다.
경찰 출신인 유영대 씨(63)는 정년퇴직 후 뇌중풍으로 쓰러져 제대로 말을 못했다. 그는 3년 전 서울 생활을 마감하고 장봉도로 들어왔다. 유 씨는 2년 만에 이웃과 정상적인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됐고 지금은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캘 정도로 건강해졌다.
유 씨는 “육식 대신 갯벌에서 나는 패류와 싱싱한 생선,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쌀과 유기농 채소를 먹으면서 섬의 신선한 바람과 기운을 받아들이다보니 자연스레 몸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장봉도 트레킹은 당일치기로 힐링을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코스는 △말문고개∼봉화대(왕복 2시간) △말문고개∼가막머리(왕복 4시간) △옹암선착장∼가막머리(왕복 6시간) 등이 있다. 산 중턱을 걸으면 우거진 숲 속에서 아늑함을 느낄 수 있고 봉우리에 오르면 양쪽으로 기암절벽과 바다가 보여 가슴이 탁 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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