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불볕더위 예고편? 6월 초순 30.1도 역대최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수원 청주 천안 등도 최고기록 경신… 10일도 전력수급 ‘준비’ 경보 발령
12일 오후부터 비소식… 5mm 안팎 불과

이달 들어 열흘간 서울 등 중부지방의 최고기온이 기상관측 사상 6월 초순 기온 중에서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지역의 경우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6월 1∼10일 평균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2.2도. 이날까지 열흘간 평균 최고기온은 30.1도로 6월 초순으로는 역대 관측 사상 가장 높았다. 종전 기록인 2001년 6월 초순 29.7도에 비해 0.4도 높았다. 이맘때 평년값이 26.4도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열흘간 더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초여름 더위는 서울을 비롯해 주로 중부지방에서 두드러졌다. 경기 수원은 열흘간 평균 최고기온이 29.5도로 1964년 이후 가장 높았고 충북 청주(30.3도), 충남 천안(30.0도) 보령(26.9도) 등 충청 내륙 곳곳도 최고기록이 바뀌었다. 강원 춘천, 경기 동두천, 전북 전주, 광주 등지의 더위도 역대 2∼5위에 해당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초여름 더위는 올봄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고 티베트 고원에 쌓인 눈의 면적이 크게 줄어든 데 기인한다. 두 현상은 북태평양고기압의 힘을 키워 한반도 더위를 가중시킨다.

일단 더위는 11일부터 사흘간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전국이 흐린 가운데 오후 늦게부터 12일까지 비 소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 강수량이 5mm 안팎에 그쳐 더위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에 서울의 낮 기온은 24∼28도까지 내려가지만 14일에 31도까지 오르는 등 전국 대부분에서 다시 무더위가 나타날 것으로 예보됐다.

한반도의 무더위는 장마와 태풍의 행보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장마전선은 대만 북쪽 끝에서 일본 동남쪽 먼바다에 좌우로 걸친 채 머물고 있다. 또 8일 필리핀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제3호 태풍 ‘야기(YAGI)’는 10일 오후 현재 일본 오키나와(沖繩) 동남동쪽 해상을 지나고 있다. 중심기압 992hPa(헥토파스칼)의 약한 소형 태풍으로 사흘 내 온대저기압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야기가 한반도에 영향을 미쳐 비를 뿌린다면 더위를 식혀 줄 ‘효자 태풍’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별다른 영향 없이 일본 동쪽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태풍이 장마전선을 통과하면서 두 동강을 낼 수도 있다. 매우 드문 일이지만 이 경우 장마전선이 힘을 잃어 한반도의 무더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화 수요일에 내릴 비는 더위를 식히기에는 부족한 양”이라며 “태풍의 강도는 약하지만 진로가 유동적이어서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위가 이어지면서 10일에도 전력 수급경보의 첫 단계인 ‘준비’가 발령됐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분 순간 예비전력이 450만 kW 미만으로 떨어졌다. 예비전력 400만 kW 이상 500만 kW 미만일 때 준비가 발령된다. 지난달 23일과 이달 3, 4, 7일 준비가 발령됐고 5일엔 준비보다 한 단계 높은 ‘관심’이 발령됐다.

전력거래소는 10일 오후부터 한빛(옛 영광) 원전 3호기가 재가동되고 11, 12일 비가 내리면 전력수급 사정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전력거래소는 ‘수요-기온 민감도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기온이 30∼35도에 있을 때 기온이 1도 오르면 냉방전력 수요가 110만 kW 증가한다고 밝혔다. 원전 1기 설비용량(약 100만 kW)을 넘는 전력이 더 필요한 셈이다.

이성호·김유영 기자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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