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결혼약속 40대 재력가, 알고보니 50대 이혼남

가짜 서류로 30대 미혼녀 소개 받아… 법원 “결혼정보회사도 손배 책임”

결혼에 두 번 실패하고 사업도 망한 최모 씨(56·무직)는 2011년 12월 한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했다. 그는 자신의 실제 나이보다 12세나 어리게 가입신청서를 작성했다. 학력과 직업, 재산 모두 가짜로 적었다. 자신을 서울 소재 명문 사립대 경영학과와 또 다른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 강남에서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10억 원대 재력가로 소개했다. 최 씨는 전처와의 사이에 낳은 자녀가 2명이나 있었지만 미혼인 것처럼 가족관계증명서와 사업자등록증, 혼인관계증명서를 직접 위조해 팩스로 결혼정보회사에 제출했다.

결혼정보회사는 이를 믿고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 A 씨를 최 씨에게 소개했다. 지난해 1월 처음 만난 둘은 만난 지 한 달 만에 같은 해 6월에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A 씨는 혼수비용 5000만 원을 최 씨에게 건네고 결혼식장까지 잡았다.

그러나 거짓말이 탄로 날까 겁이 난 최 씨는 결혼식을 두 달 앞두고 A 씨에게 사실을 털어놨고 결국 파혼 당했다. A 씨는 최 씨와 결혼정보업체 담당 직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0부(부장판사 조윤신)는 10일 “결혼정보회사 측은 혼인 의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개인정보의 사실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최 씨와 결혼정보회사 담당 직원은 A 씨에게 총 1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