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생활수급자인 80대 노인이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90대 할머니를 위해 500만 원을 쾌척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춘천시 서면 광림사랑의집 양로원에 거주하고 있는 장영준 할아버지(87·사진)가 병원에 입원 치료 중인 이점산 할머니(91)를 위해 최근 500만 원을 기부했다고 10일 밝혔다.
장 할아버지는 같은 양로원에서 지냈던 이 할머니가 지난해 12월부터 병원에서 장기 입원 중이지만 병원비와 간병비가 부족해 애를 태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수급비를 모아놓은 돈을 선뜻 내놓았다. 1992년 사할린에서 영주 귀국해 요양원에서 지내던 이 할머니는 일반 항생제가 듣지 않는 항균제내성균이 발견돼 강원대병원 격리병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장 할아버지는 가족 없이 20년 동안 광림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이 양로원에서 지내고 있다. 기초생활수급비와 참전용사 수당이 유일한 수입이고, 양로원 거주비용을 내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양로원 관계자는 “장 할아버지는 평소 장에 나가도 돈을 허투루 쓰는 법이 없을 정도로 검소한 분”이라며 “기부한 500만 원은 전 재산이나 다름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할아버지는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허리에 총상을 입고 제대한 이후 미군부대를 따라다니며 막노동을 하며 지냈다고 한다.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다 보니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혼자 지내게 됐다. 장 할아버지는 “양로원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는데 돈이 왜 필요하냐”며 “이제까지 도움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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