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박태준의 우향우 정신’이 필요한 대구국가산업단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03시 00분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엊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대구국가산업단지 기공을 계기로 모처럼 대구에 활력이 솟는 분위기다. 광역지자체 중 마지막으로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게 됐지만 오랫동안 침체된 대구 경제를 일으킬 엔진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가산업단지든 지방산업단지든 결국 산업단지 활성화의 열쇠는 ‘기업’이 쥐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직시하는 게 대구시의 1차 과제이다. 대구시에는 “대구는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있으니 산업단지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산업단지 활성화에 대통령이나 정부, 청와대가 특별히 해줄 것은 없다. 박 대통령은 기공식에서 “산업단지가 활성화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같은 발언을 무슨 특혜라도 줄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구시가 2018년 단지 조성 때까지 악착같이 실천해야 할 일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건립 과정에서 생긴 ‘우향우(右向右) 정신’을 철저하게 배우는 것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무쇳덩어리 같은 자세이기 때문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제철소 건립 의지가 확고했지만 포항의 건설현장을 13차례 방문하면서 고개를 갸웃한 적이 있다. 아무리 제철소가 중요하다지만 허허벌판 같은 바닷가 모래밭에 제철공장을 과연 세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공사를 책임진 당시 박태준 전 포스코 회장(2011년 12월 작고)은 “대통령께서 반드시 성공하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성공하지 못하면 모두 오른쪽에 있는 영일만에 빠져 죽자”고 했다. 만약 박 회장이 ‘하다가 안 되면 그만둬도 되겠구나’라는 식으로 대통령의 말을 피상적으로 이해했다면 지금의 포항제철과 포스텍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국가산업단지라고 해서,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해서, 대구시의 기업유치활동이 적극적이라고 해서, 정부가 관심을 갖는다고 해서 기업이 몰려오는 게 아니다. 기업은 일종의 ‘독립국가’여서 매력적으로 기업 하기 좋은 지역이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대구시는 국가산업단지가 대구 달성군 구지면에 885만 m² 규모로 조성되는 게 아니라 대구 전체 883km²가 국가산업단지와 마찬가지라는 넓은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구가 기댈 언덕은 청와대나 정부가 아니라 2007년 4월 케냐 몸바사에서 세계육상선수권(2011년)을 유치한 ‘몸바사의 기적’같은 것이어야 한다.

이권효 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대구국가산업단지 기공#박근혜#대구 경제#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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