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여대생 납치 용의자 유서 보니 “자살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1일 13시 16분


도주 중 목매 자살 정씨 성 관련 등 전과 3건
현금 절도는 검거된 공범 단독범행으로 드러나

이른바 '순천 여대생 납치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의 공개수배 조치가 내려진지 몇시간 만에 스스로 목을 맨 정모 씨(24)가 자신의 전과 때문에 가중처벌 될 것이 두려워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지난 5일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발생한 여대생 A 씨(23) 2인조 납치사건의 용의자 중 1명으로 경찰의 추적을 받던 10일 오후 2시 30분께 순천시 석현동 한 문중 제각 주변 소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정 씨는 현장 주변에서 발견된 유서에서 "자수를 하고 싶지만 전과 때문에 자수를 할 수가 없다. 죽음으로 죄 값을 받겠다" 며 심경을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정 씨는 2007년 미성년자약취유인 등 성범죄 관련 전과 등 총 3건의 전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물리적 폭행 등이 동반되지 않은 납치였고 A 씨 집에서 현금 2000여만원을 훔친 것도 붙잡힌 공범 정모 씨(23·구속)의 단독범행으로 확인된 만큼 자수하면 선처의 여지도 없지 않았지만 전과 때문에 가중처벌 등을 두려워한 것이 아닌가 보고 있다.

정 씨는 유서에서 "A 씨에 대한 감금,폭행, 협박은 인정하지만 현금 절도는 하지 않았다.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경찰도 A 씨 집 금고 안에 들어있던 현금 2314만원을 턴 것은 붙잡힌 정 씨가 벌인 단독범행으로 확인했다.

두 공범은 7시간여 동안 납치됐던 A 씨가 기지를 발휘해 용변이 급하다는 핑계로 6일 오전 3시께 차에서 내려 공원 화장실로 피신해 경찰에 신고하자 달아났다. 이들은 A 씨의 돈을 훔치기 위해 6일 오후 5시 30분께 A 씨의 원룸에 도착했다.

자살한 정 씨는 겁이나 집에도 들어가지 않고 현장에서 달아났고 붙잡힌 정 씨 혼자 집안으로 침입, 훔친 것으로 밝혀졌다.

돈을 훔친 정 씨는 광주로 이동, 모 백화점에서 500만원 상당의 명품 가방과 시계 등을 구입한 뒤 전주로 도피해 전주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 남은 돈 1900만원과 구입 물품 등을 보관해뒀다.

경찰은 검거된 정씨의 진술에 따라 이들 현금과 물품을 모두 회수했다.

이번 범행은 자살한 정 씨가 인터넷 사이트에 장기(신장)를 사겠다는 글을 올리면서 비롯됐다. 검거된 또다른 정 씨가 이 내용을 보고 "내 장기를 팔겠다"며 순천으로 와서 자살한 정 씨와 만나면서 납치극으로 이어졌다 것이다.

자살한 정 씨는 장난삼아 '장기 매입'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장기 매입' 글이 어떤 경위로 납치극으로 이르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를 팔 정도로 돈이 절실했던 정 씨의 처지로 미뤄, 장난글에 대한 항의나 위협 과정에서 자살한 정 씨가 A 씨 납치나 현금절도 등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한 장난 글이 납치극으로 비약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각에서는 자살한 정 씨가 공범 정 씨에게 말못할 약점을 잡힌 것이 아닌지, 아니면 다른 배경이 있는 지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정 씨가 자살해버려 이 부분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현금절도에 대해서는 단독범행을 실토한 정 씨가 범행 전모나 경위, 배경 등 이번 범행 전반에 대한 책임을 자살한 정 씨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 경찰의 적극적 수사가 요구되고 있다.

한편 정 씨는 대형마트 종이쇼핑백에 쓴 유서에 "A 야 미안하다. (A 씨의 남자친구이자 자신과 고교동창인) S야 친구를 잘못 만나서….누나, 부모님 미안하다."는 등 피해자, 친구, 가족 등에 사죄하는 내용을 남겼다.

<동아닷컴>

[채널A 영상]순천 여대생 납치 수배자 자살…“억울하다” 유서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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