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부산직할시 승격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부산시는 과거 5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다. ‘해양수도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7월 9일 부산 영도에 국내 첫 국립해양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인구 360만 도시에서 직할시 승격 49년 만에 설립된 유일한 국립박물관. 개관 1주년을 한 달 앞두고 누적 관람객은 154만2635명이나 됐다. 하루 평균 5000명이 넘게 이곳을 찾은 셈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민속박물관 다음으로 국내 17개 국립박물관 중 3위다.
박물관 측은 “영국 문화예술 전문매체 ‘아트 뉴스페이퍼’의 세계 관람객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이 관람객 수는 세계 29위”라고 자랑했다. 자체 설문조사 결과 전시관과 시설만족도, 직원 친절도 항목에서 평균 A등급을 유지했다.
그러나 기자가 9일 방문한 국립해양박물관은 문제투성이였다. 기대를 갖고 찾았던 관람객들도 국립박물관으로서는 미흡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주차장에서 박물관 주 출입구로 가는 안내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노약자와 장애인을 위해 설치된 엘리베이터 주 출입구 표지판은 ‘영업 중’이라는 식당 간판에 가려 찾기 어려웠다. 외국인에 대한 안내서비스는 전무했다. 창원에서 온 한 가족은 “출입구를 찾지 못해 박물관을 한바퀴나 돌았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전시관 2∼4층에는 바닥이나 벽면에 관람순서 유도 표지판이 없어 관람객들이 뒤엉키기 십상이었다. 위탁 운영업체와 주무 관청인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등 90명이 근무하는데도 안내요원은 층별로 한 명씩만 배치했다. 서울에서 온 최모 씨(64)는 “30개월 된 손자가 잠을 자 유모차를 빌리려는데 24개월 이상은 안 된다고 해서 황당했다”며 운영 미숙을 지적했다. 경남 창원지역 초등 걸스카우트 350여 명을 데리고 박물관을 찾았던 홍모 교사(50)는 “다른 박물관은 20∼40명 단위로 설명을 해주는데 해양박물관은 해설자가 거의 없어 아쉬웠다”고 했다.
정부는 ‘해양대국’의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1100억 원을 들여 해양박물관을 지었다. 하지만 이곳의 운영은 관람객의 눈높이에 못 미쳤다. 국립해양박물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이 쉽게 해양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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