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따라 오름 따라 올레길 따라 뛰고 걷고
마을회관서 숙식하며 문화탐방… 10월 국제대회때 도입하기로
희미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안개 사이로 두 남성이 달리고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오름(작은 화산체)을 쉼 없이 오르내린다. 울퉁불퉁한 장딴지와 허벅지 근육이 남다르다. 9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따라비오름. 오모 씨(49·제주시 연동)는 “국내외에서 열리는 트레일 러닝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주말마다 오름을 뛰고 있다”고 말했다.
트레일 러닝(trail running). 일반인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달리기 동호인들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아웃도어 스포츠로 등산길, 산길, 초원 등을 뜻하는 트레일을 뛰고 걷는 것이다. 트레일 러닝의 최적지로 제주가 주목받고 있다. ○ 트레일 러닝 열기 높아져
아웃도어 동호인 모임인 ‘런액스런’은 지난달 초 제주에서 ‘트레일 러닝 트레이닝캠프’를 열었다. 제주올레 4코스에서 7코스까지 60km를 달리거나 걷는 훈련이었다. 시간기록보다는 완주에 목표를 두었기 때문에 올레코스가 보여준 제주의 풍광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한 스포츠용품 제작사는 새로 출시한 트레일 러닝 전문 신발을 알리기 위해 2월 참가자들을 모집해 제주에서 현장시험을 하기도 했다.
제주도생활체육협의회는 2011년 트레일 러닝 대회를 표선면 가시리 일대에서 연 데 이어 올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대한울트라마라톤연맹은 한라산을 두 번 오르내리며 남북을 종단하는 트레일 80km 대회를 개최하는 등 제주가 최적의 트레일 러닝 개최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2013 제주 국제 트레일러닝대회’는 트레일 러닝 대회의 전형을 보여준다. 올해 두 번째로 지난해 처음 열린 대회에 세계 11개국 730여 명이 참가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가시리 마을회와 기획사인 A플랜이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대회는 가족끼리 부담 없이 참가하는 5km를 비롯해 목장과 오름 등을 달리는 10km, 메인 코스인 100km 등 3개 종목에 걸쳐 진행된다. 100km 종목은 3일에 걸쳐 이뤄지는 스테이지(Stage) 방식으로 한라산 정상, 오름, 해안을 모두 거친다.
○ 새로운 아웃도어 스포츠 문화로 등장
제주 국제 트레일러닝대회 100km 참가자들은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하며 지역주민과 교류한다. 경기 전후 국내외 참가자들은 지역주민들의 밴드공연을 감상하거나 문화탐방에 나선다. 대회를 기획한 세계적인 트레일 러너 안병식 씨는 “해외에 참가한 대회에서 그날그날 구간별 레이스를 마친 뒤 접하는 현지문화 탐방프로그램이 너무나 부러웠다”며 “오름, 바다, 들판, 모래해변, 산의 풍경을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는 제주의 자연환경에서 대회를 즐기는 트레일 러닝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트레일 러닝은 1990년대에 등장해 역사가 길지 않지만 유럽, 미국, 일본 등지에서 크고 작은 대회가 계속 생겨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해외는 해발 2000m 이상을 달리거나 사막, 정글 등 오지에서 열리는 코스가 많다. 국내는 아직 외국의 유명 대회처럼 전문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 난이도 조정이 가능한 코스, 운영 노하우 등을 쌓는다면 세계적인 트레일 러닝 대회로 성장할 수 있다. 걷기 열풍을 불러온 제주올레처럼 다양한 자연경관이 최고의 강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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