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한강뚝섬지구 카약 계류장. 찰랑이는 한강 위에 길이 450cm, 폭 65cm의 길고 날씬한 1인용 카약이 떠있었다. 기자는 카약을 타려고 조정석에 한 다리를 내려놓다가 놀라 금세 다리를 뺐다. ‘날씬한’ 카약이 뒤뚱거리기 시작한 것. 다리에 힘을 주고 올라타면 뒤집힐 것 같았다.
뚝섬지구에서 카약 대여·교육업체를 운영하는 강남카누클럽 안태균 운영팀장은 “누군가 일부러 뒤집지만 않으면 뒤집히지 않는다. 폭이 넓은 초보자용 카약이어서 더더욱 안 뒤집힌다”며 안심시켰다. 기자는 조심조심 조정석에 탄 뒤 두 다리를 뻗어 조정석 안 발판에 발을 맞춘 다음 허리를 좌석에 붙여 하체를 고정했다. 이어 220cm 길이의 양날 노를 젓자 카약은 언제 흔들렸냐는 듯 부드럽게 한강을 가르고 나갔다. 늦은 오후 한강에는 1인용 요트와 카약 몇 대만 평화롭게 떠다니고 있었다.
카약을 타고 보는 한강 풍경은 뭍에서와는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바쁘게 돌아가는 빌딩 숲을 배경으로 한강에 홀로 떠 있으니 고요하고 호젓한 나만의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저절로 사색에 잠길 것 같았다. 기자 옆에서 또 다른 카약을 몰던 안 팀장은 “카약을 타고 보는 한강의 노을은 예술”이라고 했다. 이날 비가 오는 바람에 노을을 못 본 것이 아쉬웠다.
강남카누클럽은 3시간 기준 1인당 4만 원(2시간 3만 원·7세 이하는 보호자 동승 시 무료)에 카약과 구명조끼 등 장비 일체를 빌려준다. 대여 시간 중 30분은 카약 전문가가 구명조끼 착용법, 노 젓는 법, 방향 바꾸는 법, 물에 빠졌을 때 탈출하는 법 등을 가르친다. 처음 타보는 사람도 이 교육만 받으면 카약을 타고 한강을 누빌 수 있다. 한강은 급류가 없어 카약을 타기 쉽다. 교육 후 2시간 반 동안 뚝섬지구의 카약 계류장에서 성수대교까지 한강을 즐기다 뚝섬지구로 돌아오기에 충분하다.
잠실대교 인근에서 청담대교 방향으로 노를 저어갔다. 30분 교육의 효과로 조종에는 무리가 없었다. 카약은 이따금씩만 노를 저어도 성수대교 방향으로 흘러갔다. 하류로 내려갈 때는 힘이 거의 들지 않았다. 안 팀장은 “한강은 물살이 잔잔해 카약 위에서 책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며 사색하는 등 여유를 즐길 수 있다”며 “김밥 등 간단한 식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약 앞뒤에 자동차 트렁크처럼 넓은 밀폐 공간이 있어 먹을거리, 책 등을 넣으면 된다. 2, 3시간 노를 젓다 보면 허기를 느낄 수 있어 간식을 챙겨가는 것이 좋다. 성수대교에서 다시 잠실대교 쪽으로 올라올 때는 어깨가 아플 정도로 힘들었다. 초보자라 노 젓는 요령이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조금만 익숙해지면 별로 힘을 안 들여도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 안 팀장의 말이었다.
비가 와도 폭우만 아니면 카약을 탈 수 있다. ‘스프레이 스커트’라고 불리는 방수 장비를 허리에 두르고 조정석에 타 빈틈을 막으면 물이 들어오지 않는다. 스프레이 스커트는 무료로 빌려준다. 2인용 카약도 있어 성인 2명이 함께 탈 수 있다. 부부가 어린 자녀와 함께 올 경우 2인용 카약을 빌려 자녀 1명을 가운데 앉히고 함께 타도 된다.
샤워장과 주차장 이용은 무료다. 강남카누클럽(02-457-4757)은 7호선 뚝섬유원지역 2번 출구에서 잠실대교 방향으로 걸어서 12분이면 도착한다. 가급적 3일 전 예약하는 게 좋다. 종종 단체 특강을 나가 배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한강이촌지구 거북선나루터(02-790-1891), 김포아라마리나(031-999-7896)에서도 카약을 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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