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청매실농원. 17만 m²(약 5만 평) 규모의 이 농장은 매실 수확으로 분주했다. ‘매실 장인’으로 불리는 홍쌍리 씨(71)도 인부 20명과 함께 청매실을 거둬들이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홍 씨는 “고기, 술, 담배를 먹어 입에서 나는 냄새는 양치를 해도 쉽게 없어지지 않지만 숙성된 매실 2, 3알만 먹으며 구취가 사라진다”며 연신 웃었다.
매실은 천연 구연산과 칼슘 등이 함유돼 있어 각종 성인병 예방과 피로 해소, 정신 안정에 효과가 있는 과실로 알려져 있다. 숙성한 매실은 소화를 돕고 배 속을 깨끗이 하는 효능도 있다. 건강식품으로 집에서 매실청을 담그는 가정도 많다. 올해 늦봄 꽃샘추위가 이어졌지만 매실 작황은 다행히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자라는 매화나무는 192개 수종으로, 수확 시기는 5월 말∼7월 초순이다.
지난해 광양지역 농가 3261곳(1291ha)에서는 매실 8686t을 생산했다. 광양은 전국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는 매실 주산지다. 광양이 매실 주산지가 된 것은 청매실농원처럼 개량종 매화나무를 일찍 심기 시작한 것이 한몫하고 있다. 광양지역은 연평균 기온이 14도 안팎으로 따뜻해 아열대 과실수인 매실을 키우기 좋다. 광양은 ‘빛 광(光) 볕 양(陽)’을 쓰는 지명에서 보듯 일조량도 풍부하다. 특히 섬진강 맑은 공기에 포함된 습기는 매실이 탐스럽게 영글게 하는 핵심 요건이다.
수확이 한창인 청매실농원은 지리산과 백운산 사이 섬진강 강변에 있다. 이 농원은 1931년 밤나무골 김 영감으로 통하던 고 김오천 씨(1988년 작고)가 일본에서 매화나무 5000그루를 사와 심은 것이 시초다. 이후 김 씨의 며느리인 홍 씨가 밤나무를 베고 매화나무를 심었다. 홍 씨는 48년간 자신이 재배한 매실로 농축액, 장아찌, 청(차), 술 등을 만들고 있다. 홍 씨의 아들 김민수 씨(48)가 현재 농원을 운영하고 있다. 3대째 매화나무를 키워 매실 가문으로 불린다. 청매실농원의 연간 매실 생산량은 500t 정도다.
광양시 옥룡면 수향농원(6만6000m²)에서는 요즘 황매실 수확에 여념이 없다. 다 익기 전에 수확하는 청매실과 달리 황매실은 나무에서 익은 매실을 딴 것이다. 김명식 전남도농업기술원 지도사는 “매실은 유통기간이 짧아 청매실로 많이 판매됐지만 요즘에는 구연산이 많은 황매실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이형재 수향농원 사장은 “일부 악덕 상인이 낙과한 매실이나 덜 익은 매실을 인위적으로 숙성시켜 황매실로 속여 파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광양지역 245개 농가는 유기농·무농약 친환경 매실을 재배하고 있다. 유기농 매실은 생활협동조합 등을 통해 유통된다. 김진석 한울타리 생활협동조합 대표는 “작황과 관계없이 협동조합 회원에게는 유기농 매실을 kg당 4000원에 공급하고 있어 가격이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매실 가격은 kg당 3000∼3500원 수준이지만 명성 높은 광양 매실은 kg당 3000∼5000원이다. 최연송 광양시 매실정책담당은 “매실은 크기에 상관없이 상처가 없고 과육이 단단해야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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