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로 3년 수감됐다 출소한 30대, 허리 다쳐 살길 막막해지자 다시 범행
‘평생 이렇게 살건가’ 비애감… 자수 택해
7일 오후 3시경 박모 씨(30)가 대뜸 “죽어버리고 싶다”며 서울 강남경찰서 형사과에 들어섰다. 30여 분 동안 눈물을 쏟으며 죽고 싶다는 말만 반복하던 그는 서서히 범행을 털어놓았다.
박 씨는 날치기를 일삼다 2010년 붙잡혀 3년 동안 수감됐다가 3월 출소했다. 이후 갱생원을 오가며 새 삶을 꿈꿨지만 교도소에서 허리를 다쳐 막노동은 할 수 없는 상태인 박 씨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회사는 없었다. 고교 시절 아버지가 숨지고 어머니까지 집을 나간 데다 형제도 없는 박 씨는 거처 없이 서울 일대 찜질방을 전전했다. 수감 전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모아놨던 돈마저 떨어지자 살 길이 막막해졌다.
결국 박 씨는 ‘익숙한 길’을 택했다. 1일 서울 강남역 근처에서 날치기에 쓸 오토바이를 훔쳤다. 다음 날인 2일 송파구 신천동에서 길 가던 여성의 핸드백을 날치기한 뒤 경기도로 내달렸다. 허리가 아팠지만 참았다. 박 씨는 3일 경기 용인, 4일과 5일 경기 수원에서 연이어 오토바이 날치기를 저지르고 서울로 돌아왔다. 증거를 남기지 않으려고 오토바이는 버렸다.
박 씨가 4일 동안 날치기해 손에 쥔 현금은 50만 원 남짓. 하지만 그날 훔친 돈으로 그날 밥값과 찜질방비를 해결하다 보니 금세 다시 무일푼 신세가 됐다. 결국 7일 오전 서울 강남역 부근 찜질방을 나섰다. 범행에 쓸 새 오토바이를 훔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다 문득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비애감이 들었다고 한다. 허리 통증은 점점 심해지는데 직장은 구하지 못한 채 평생 도둑질로 먹고살 생각을 하니 막막해졌다. 한강에 몸을 던지려고 영동대교까지 갔지만 뛰어내리지는 못했다. 결국 박 씨는 자수를 택했다.
강남경찰서는 박 씨를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씨와 2시간 동안 이야기한 강남경찰서 한대익 경사(45)는 “박 씨가 처음엔 자신이 고아라 의지할 곳이 없다며 울기만 하더니 범행을 자백하며 더이상 도둑질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면서 “박 씨가 교도소에서 허리를 치료하고 사회의 반듯한 구성원으로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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