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의대와 서울대 의대 대학원을 졸업한 의사 A 씨(42)는 지난해 7월 대학원 은사이면서 서울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권모 씨(50)를 찾아갔다. A 씨는 권 씨에게 고급 외제차 리스를 대행해 주겠다며 서류를 건넸다. 병원 운영자금을 수월하게 대출받으려면 고급 외제차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넘어간 권 씨는 모든 절차를 A 씨에게 일임했다.
A 씨는 리스 업체로부터 고급 외제차를 넘겨받은 뒤 이를 담보로 4000여만 원을 대출받아 챙겼다. 차량을 넘겨받지 못한 권 씨가 항의하자 A 씨는 “거래 도중 사고가 생겼다. 차를 새로 한 대 리스해 주고 내가 비용을 내주겠다”며 권 씨 부인 명의로 또 다른 고급 외제차를 리스 받게 하고 이를 담보로 또다시 대출을 받아 챙겼다. A 씨는 이런 식으로 권 씨를 속여 고급 외제차 5대를 리스 계약하도록 한 뒤 담보 대출을 받아 총 2억여 원을 챙겼다. A 씨는 권 씨가 항의할 때마다 차량 리스 비용을 일부 내주며 안심시켰다. 권 씨는 제자를 믿고 5차례나 리스 계약서를 써줬다가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이런 식으로 A 씨에게 고급 외제차 리스 대행 업무를 맡겼다가 피해를 본 의사가 10여 명이며 이들이 갚아야 할 리스 비용이 23억여 원에 이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의사 10여 명에게 고급 외제차 20여 대의 리스를 대행해 준다며 리스 회사로부터 차량을 인도받은 뒤 팔아넘겨 9억여 원을 챙긴 혐의(사기)로 A 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A 씨에게 속은 의사들 중 일부는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파산 신청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서울 강남 일대 고급 호텔들에서 숙박하며 호화로운 유흥 생활을 즐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의대 졸업 후 여러 사업을 하다가 최근엔 의료기기 리스 사업을 했으며 20억 원의 빚을 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정당한 리스업을 한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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