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삼성화재에 접수된 한 여성 운전자의 실제 교통사고 신고 상황입니다. 전화를 건 중년 여성은 몹시 당황한 듯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여성 운전자들이 사고를 냈을 때 당황해 사고처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네요. 남하나 씨(30·여)는 “사고가 나면 누가 어떤 부분을 잘못한 건지도 모르겠고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다”고 하네요. 사고 후 처리가 미숙하면 교통체증과 2차 사고를 유발하는 등 도로 위 질서를 어지럽히는 주범이 될 수 있어요. 여성 운전자가 행복한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고에도 자신 있게 대처할 수 있어야겠죠?
취재팀은 교통안전공단의 도움을 받아 남녀 운전자 각 100명씩 총 200명에게 물었다. 여성 응답자의 62%, 남성 응답자의 38%가 사고가 나면 당황스럽다고 답했다. 상황별 사고처리 요령을 잘 안다는 남성은 71%였지만 여성은 46%에 불과했다.
여성 운전자가 사고 후 처리에 더 익숙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사회생활을 덜 하는 여성의 정보 수집이 어렵고 남성들의 운전경력이 더 오래됐다는 차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사고 후 처리 요령 O× 퀴즈’ 결과는 여성 평균 58.2점, 남성 평균 64.4점. 여성 운전자가 사고처리 요령 지식이 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고처리 요령만 잘 알아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상황 1: 출근길, 운전대를 잡은 40대 여성 운전자 A 씨. 아파트를 벗어나 인근 왕복 4차로 도로에 진입한 순간. 안전거리 확보에 주의하지 않고 과속으로 달리던 뒤차가 A 씨의 차를 들이받았다. 차에서 내리자 뒤차의 남성 운전자는 다짜고짜 A 씨에게 삿대질이다. 뒤차 과실이 명백한 추돌사고지만 당황한 A 씨는 더럭 겁이 났다. 어떻게 하지? 일단 남편한테 알려야 하나?
전문가들은 도심에서 사고가 났을 때 비상점멸등을 켜고 즉시 정차한 뒤 재빨리 현장증거를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여성이라고 무조건 과실을 떠넘기며 윽박지르는 남성 운전자를 만났을 때는 지인에게 연락하기보다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다. 특히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분쟁 소지가 있을 때는 꼭 신고할 것을 권했다.
또 당황해서 상대방이 “일단 차부터 빼고 이야기하자”는 말에 현장증거 확보도 안 하고 무턱대고 차를 이동시키는 것도 여성 운전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로 꼽힌다. 상대방의 반응에 동요하지 말고 일단 스프레이로 사고 관련 차량들의 바퀴를 표시한다. 스프레이가 없거나 신속한 차량 이동이 요구되는 상황이면 휴대전화 카메라로 현장사진을 찍어둔다. 또 지나가는 차량 2, 3대의 번호판도 찍어두는 게 좋다. 주변 운전자의 연락처를 직접 받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거절당할 확률도 높기 때문. 증거 확보가 끝나면 차량을 도로변으로 이동시켜 교통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한다.
#상황 2: 초등학교 인근 이면도로를 운전하던 30대 여성 운전자 B 씨. 자전거를 타고 가던 초등학생과 가볍게 부딪쳤다. 놀란 B 씨는 차에서 내렸지만 학생은 벌떡 일어나더니 “다친 데 없다”며 그대로 자전거를 타고 가버렸다. 그냥 보내도 될까?
정답은 “절대로 그냥 보내면 안 된다!” 피해자가 괜찮다며 가버린 뒤 신고가 들어오면 뺑소니로 경찰에 입건된다. 실제 지난해 5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마티즈를 몰던 김모 씨(40·여)가 시속 30km로 달리던 중 왼쪽에서 갑자기 뛰어나온 최모 군(18)을 친 후 “괜찮다”는 최 군의 말만 믿고 그냥 보냈다가 뺑소니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여성 운전자들이 당황한 나머지 이 같은 실수를 자주 저지르는데 이럴 때는 일단 경찰에 사고가 났다고 신고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신고를 해도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부모에게 알리면 일이 커질까 봐 그냥 가려는 미성년자가 많지만 나중에 이를 알게 된 부모가 뺑소니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다.
보행자 사고를 냈을 때 당황해서 현장을 벗어나는 것 역시 뺑소니로 간주될 위험이 높다. 혹시 신고를 위해 현장을 비워야 한다면 피해자에게 동의를 구한 뒤 움직이는 것이 좋다.
#상황 3: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던 여성 운전자 C 씨. 고장으로 도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춰버렸다. 당황한 C 씨, 어렴풋이 2차 사고를 예방해야 한다는 건 기억나는데 뭐부터 해야 하는지 헷갈린다. 일단 차를 이동시켜야 하나? 아니면 삼각대 설치?
2차 사고 예방은 운전자 본인과 다른 운전자들의 목숨을 보호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다. 지난해 2차 사고는 540건 발생했고 이로 인해 39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행속도가 높은 고속도로에서는 일단 운전자와 동승자의 안전 확보가 최우선이다.
가급적 차를 갓길로 이동시키는 게 좋지만 주행속도가 빠르고 교통량이 많을 때는 차를 이동시키는 과정 자체가 너무 위험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도로상에 두고 대피할 때는 차가 서 있는 지점 바로 옆 갓길보다 사고현장 전방 50m 이상 떨어진 갓길이 안전하다. 뒤차가 멈춰 있는 차를 피하려고 갓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릴 수도 있기 때문.
차량을 옮길 수 없을 때는 뒤차의 안전을 위한 고장자동차 표지(삼각대)를 설치해야 한다. 2010년 7월 3일 발생한 인천대교 버스 추락사고의 원인 중 하나도 안전조치 미흡으로 인한 추돌사고였다. 김모 씨(48·여)의 승용차가 고장으로 서 있던 것을 보지 못해 뒤따르던 트럭이 추돌했고 이를 피하려던 고속버스가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추락한 것. 당시 김 씨는 삼각대를 설치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 위에서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지만 뒤차에 사고신호를 보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한다. 고장자동차의 표지 설치에 관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제40조는 사고지점 후방(주간 100m, 야간 200m)에 삼각대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속으로 달리는 차량이 많아 자기 차가 서 있는 차로에 삼각대를 세우러 가기가 어려울 때는 후방 갓길에 삼각대를 설치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고속도로 본선에서 사고나 고장으로 차가 멈추거나 타이어에 펑크가 나 교체해야 할 때는 한국도로공사 콜센터(1588-2504)로 연락하면 된다. 한국도로공사는 타이어 교체 서비스 및 가까운 나들목이나 휴게소까지 무료 견인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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