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를 ‘재미있는 전쟁터’라고 말하는 이동조 예술의전당 음악당 무대감독(왼쪽)을 서울 광신고 2학년 홍지원 양이 최근 만났다.
클래식 공연, 뮤지컬, 연극 등 공연예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국내 공연예술의 ‘메카’인 예술의전당 음악당에 있는 공연장 세 곳에서만 해도 각각 연간 400회에 달하는 공연이 열린다. 공연예술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증가한 만큼 예술 관련 분야에 대한 고교생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클래식 공연의 무대감독으로 활동 중인 이동조 감독(41)을 서울 광신고 2학년 홍지원 양(17)이 최근 ‘신나는공부’의 도움을 받아 만났다. 만남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이뤄졌다. 무대감독의 DNA? 원만한 성격과 조율 능력!
“무대감독의 역할은 무엇인가요?”(홍 양)
“무대감독을 공연을 기획·연출하는 ‘총괄자’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무대감독은 지시하는 사람(director)이 아니라 기획자와 예술가, 스태프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사람(manager)이지요.”(이 감독)
하나의 공연을 맡는 구성원은 공연 기획자, 연주자, 음향 조명 등 무대 효과 전반을 책임지는 스테이지 크루(crew) 등 크게 세 부류. 무대감독은 공연장에 소속된 전담 스태프인 ‘스테이지 크루’에 속한다.
무대감독은 공연 기획자와 오케스트라로부터 사전에 무대에 오를 악기의 종류 및 개수, 배치 등이 적힌 무대편성표를 전달받는다. 오케스트라 단원이 공연장에 도착해 리허설을 하기 전까지 무대감독은 무대편성표를 토대로 조명, 음향팀과 상의해 무대를 꾸민다.
리허설을 마치면 공연 기획자, 지휘자 등과 다시 한 번 의견 조율의 과정을 거친다. ‘베이스의 소리가 잘 안 들리니 15cm 정도의 단을 설치하자’와 같은 식. 조명 음향팀 등의 크루와 오케스트라 측 스태프의 의견을 듣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모두 무대감독의 몫이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악기, 의상 등 모든 짐을 대기실에 정리하고 악기 관리, 대여까지도 무대감독이 총괄해요. 오케스트라와 크루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각 의견을 조율하려면 꼼꼼하고 원만한 성격이어야 하겠지요?”(이 감독)
예술 관련 전공 필수? 경험이 우선!
“무대감독이 되려면 꼭 음악관련 전공을 해야 하나요?”(홍 양)
이 감독은 “공연창작과 무대미술과 등 대학 내 관련 전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반드시 음악·예술과 관련한 전공을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이 감독이 본격적으로 무대감독에 도전한 것은 31세가 되어서였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본부 공연기획팀에서 근무하던 중 상사의 추천을 받아 예술의전당에 입사해 오페라 극장 무대감독 일을 시작했다.
공개 채용을 통과해 무대감독이 될 수도 있지만, 무대감독이란 직업은 정기적인 채용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미개척 분야’이다 보니 문화기관, 공연장 등에서 연출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인맥과 경험을 쌓아 해당 공연장의 감독으로 크는 경우가 더 많다.
이 감독은 “훌륭한 무대감독이 되려면 ‘경험’만 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공연장의 특성 때문. 공연 중 피아노의 줄이 끊어지거나 예술가가 공연장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악기를 요구하는 등 그야말로 ‘다이내믹’하다.
“예상할 수 없는 일은 경험을 통해 극복하는 수밖에 없어요. 무대감독은 ‘경험’으로 공부하는 직업이랍니다.”(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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