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경남 김해 지역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부산∼김해 경전철 시민대책위원회’ 부산 시민소송인단이 25일 부산지법 정문 앞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건설했으나 이용객이 없어 지방자치단체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주고 있는 부산∼김해 경전철이 결국 ‘법의 심판대’에 오른다. 부산과 경남 김해 지역 시민단체가 “부산∼김해 경전철 건설을 앞두고 수요예측을 부풀렸다”며 한국교통연구원(옛 교통개발연구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기 때문. 시민들이 민자사업에 대해 수요예측을 잘못한 기관을 대상으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부산, 김해 시민소송인단은 25일 오전 11시 부산지법과 창원지법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한 뒤 해당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부산 시민소송인단은 235명, 김해 시민소송인단은 289명 등 모두 524명. 부산은 김재원 부산지방변호사회 법제상임이사가, 김해는 박훈 변호사가 대표변호사로 소송을 맡는다.
시민소송인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가액은 1인당 50만 원씩 총 2억6200만 원. 이는 부산시와 김해시가 부-김경전철㈜에 2011년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보전해준 128억 원 중 일부다. 이 돈이 양 시의 예산으로 지급됐기 때문에 시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할 세금이 잘못 쓰였다는 게 시민소송인단의 생각이다. 소송인단 관계자는 “부산∼김해 경전철 개통 이후 1년 9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이용자는 수요예측 치 대비 16.7%에 불과하다”며 “이로 인해 그동안 우려했던 MRG 손실보전 부분이 ‘세금폭탄’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와 김해시는 올 3월 말 2011년분 MRG에 해당하는 128억 원을 부-김경전철㈜에 지급했다. 내년부터는 20년 동안 매년 MRG 보전금액이 11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해시는 보전금액의 60%에 해당하는 650억 원 안팎을 부담해야 해 재정난이 우려된다. 부산시도 수정산터널 백양산터널 거가대교 등의 MRG에 이어 경전철까지 매년 450억 원 정도를 내놓으면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교통개발연구원은 1994년 부산∼김해 경전철의 민자적격성 및 타당성 확보를 위한 기본계획 당시 1일 추정수요를 2011년 기준 33만1450명으로 예측했다. 1999년 사업성 평가 당시에는 2011년 기준 1일 추정수요를 34만607명으로 예측했다. 2002년 건설교통부와 부산시, 김해시, 민자사업자의 실시협약 체결 당시 1일 승객 추정수요는 18만7266명이었으나 현재 실제 승객은 3만1200여 명(16.7%)에 불과하다.
시민소송인단은 “당초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은 정부시범사업으로 선정돼 무리하게 추진됐다. 현재 사태의 핵심인 뻥튀기 수요예측을 당시 건교부 산하 교통개발연구원에서 실시하면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책임이 교통개발연구원에 있다는 것.
부산경실련 차진구 처장은 “이 소송은 민자사업의 뻥튀기 수요예측과 무책임한 행정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민 세금이 건설사와 금융사의 배 불리기용으로 들어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민소송인단은 정부, 부산시 및 김해시, 부-김경전철 등 관련 기관이 협의해 MRG 기준을 조정하거나 운영수입보장(SCS)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재정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요구하고 있다. 또 이 사업은 정부사업으로 추진된 만큼 부족한 운영비를 국비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산 사상∼김해국제공항∼강서 대저∼김해 가야대(삼계)를 연결하는 길이 23.7km의 부산∼김해 경전철은 사업비 7742억 원이 들어갔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국내 1호 경전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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