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중부지방에서 당분간 장맛비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화요일인 다음 달 2일까지 서울 경기 강원 충청 등에 이렇다할 비 소식이 없다. 일부 소나기 가능성만 있다.
지금까지 내린 장맛비의 양도 매우 적다. 17일 장마가 시작된 이후 서울에 비가 내린 날은 4일, 강수량은 12.9mm에 불과하다. 그나마 23일 내린 비(0.3mm)는 장마가 아닌 국지성 소나기였다. 경기 동두천(9.2mm), 파주(9.7mm), 강원 춘천(9.6mm)도 강수량이 적었다.
그렇다고 남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린 것도 아니다. 장마 초반 경북 문경(168.8mm) 부산(125mm) 등 일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내렸지만 20일 이후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장마철에 비가 오지 않는 것을 ‘마른장마’라고 한다. 공식 관측용어는 아니지만 기상청은 장마기간이 끝나면 강수일수와 강수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마른장마 여부를 판단한다. 최근 마른장마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 제주 남쪽 해상에 머물고 있는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 올리지 못해 발생하고 있다.
전국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후 가장 심한 마른장마는 1999년 여름. 당시 중부지방에 내린 장맛비는 총 102.1mm에 불과했고 강수일수도 4.9일에 그쳤다. 평년에 비해 강수량은 3분의 1, 강수일수는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당시 서울은 장마 시작 후 열흘간 25.5mm의 비가 내렸는데 이번엔 장마 시작 일주일 동안 12.9mm밖에 내리지 않았다. 장마 초반만 놓고 보면 올해 마른장마가 당시보다 더 심한 상태다.
마른장마가 심하면 가뭄 피해가 뒤따른다. 다행히 올해는 모내기가 이미 끝나 농업 및 공업용수 공급에는 지장이 없다. 다만 마른장마 뒤에는 폭염이나 집중호우가 이어져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다음 달 초순 장마전선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유동적이어서 중부지방까지 올라와 비를 뿌릴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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