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25일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박근혜정부에서 대기업 총수가 비리 혐의로 검찰에 불려나온 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날 오전 9시 35분 이 회장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과 횡령 및 조세포탈 등 주요 혐의와 관련해 사전에 이를 계획하고 임직원들에게 실행하도록 지시했는지를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빠르면 26일 이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800억 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와 회사에 35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사기적 방법으로 600억 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횡령 혐의 중에는 그가 1997년부터 2004년까지 CJ제일제당의 대표이사 직을 수행하면서 거짓으로 원자재 거래 비용을 계상하는 방식으로 모두 600억 원을 빼돌린 혐의가 가장 크다. 2007년 CJ재팬 빌딩을 담보로 일본 도쿄 아카사카의 빌딩을 차명 매입하는 과정에선 200억 원대 횡령과 350억 원대 배임 혐의가 포착됐다.
600억 원대로 알려진 이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는 올해 조세범죄 양형기준이 높아지는 바람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3기 양형위원회가 올해 2월 의결한 새 조세범죄 양형기준은 다음 달 1일 기소되는 사건부터 적용돼 이 회장도 새 기준을 적용받는다.
새 조세범죄 양형기준은 포탈액이 200억 원이 넘을 경우 징역 5∼9년을 기본 양형으로 규정했다. 징역 3년을 초과하는 징역형은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다. 이 회장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일부러 숨긴 사실까지 드러나면 8∼12년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재무 담당 임원 등을 시켜 계획을 세우고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도 가중 사유가 된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서도 2009년 7월 시행된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횡령·배임 액수가 300억 원 이상인 경우 징역 5∼8년이 기본이다. 법조계에선 이 회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받을 경우 징역 10년 안팎의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밖에 이 회장은 2007년 지주회사인 CJ㈜ 지분 매입 당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와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짜고 해외 미술품 거래를 통해 재산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점심은 야채죽과 주문 도시락, 저녁은 도시락을 먹고 검사의 질문에 성실히 답변했다. 변호를 맡은 이병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조사에 입회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