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금 떠나요]충북 영동 노근리평화공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6·25 피란민의 비극 머금은 산교육의 현장

6·25전쟁 초기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학살된 피란민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한 노근리평화공원이 인권과 평화의 교육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치원생들이 내부 평화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영동군 제공
6·25전쟁 초기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학살된 피란민을 추모하기 위해 조성한 노근리평화공원이 인권과 평화의 교육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유치원생들이 내부 평화기념관을 둘러보고 있다. 영동군 제공
“살기 위해 남쪽으로 향하던 피린민들의 발걸음은 노근리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1950년 7월 26일 정오 무렵, 미군은 그렇게 사람들을 쌍굴에 가둔 채 총을 쏘기 시작했다. 기적처럼 살아남은 사람들 중 몇몇 건장한 남성들은 어둠을 틈타 가족들의 눈물을 뒤로하고 탈출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쌍굴에는 많은 여성, 어린이, 노인들이 있었고 그들은 미군의 공격에 힘없이 죽어갔다. 믿을 수 없게도 총격은 3박 4일 70여 시간 동안이나 계속됐다….”(노근리 평화공원 상영물 자막 내용 중 일부)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 있는 ‘노근리 평화공원’은 제주도에 있는 ‘4·3평화공원’과 함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평화와 인권’을 상징하는 곳이다. 전쟁 속에서 이유도 모른 채 숨져 간 넋들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 땅에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아야 함을 가슴 깊이 새기게 만들어 주는 교육의 현장이다.

노근리 평화공원은 2011년 10월 국비 191억 원을 들여 학살 현장 인근 13만2240m²(약 4만73평)에 조성됐다. 공원 운영은 지난해 4월부터 사단법인 노근리 국제평화재단(이사장 정구도)이 맡고 있다. 공원 안에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위령탑, 평화기념관, 교육관, 조각공원, 야외 전시장 등이 들어섰다. 또 1940, 50년대 미군의 주력 전투기이자 노근리 피란민 공격에 동원됐던 F-86F기와 미군 트럭(K-511)과 지프(K-111)도 전시됐다.

평화기념관 지하 1층에 들어서면 노근리 사건이 일어난 경과를 영상과 모형으로 복합 연출한 것을 볼 수 있다. 경부선 철도 모형과 쌍굴다리 인근에서 발굴된 유해와 유물도 전시돼 있다. 또 당시 사건의 전모와 피해자, 미군 가해자 인터뷰 등을 담은 15분짜리 영상물도 관람할 수 있다. 지상 1층에는 이 사건을 처음 알린 AP통신의 취재 과정과 국내 매체들이 집중 보도한 내용을 볼 수 있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각각 노근리 사건 진상 조사를 하는 과정과 당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는 모습도 연출돼 있다. 국회에서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내용도 설명하고 있다. 노근리 사건과 유사한 국내외 전시관들의 정보와 세계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됐는지도 알 수 있다.

세미나 참가자 등을 위해 70명이 묵을 수 있는 숙소(2∼20인실)도 마련돼 있다. 방 하나에 하루 2만∼20만 원씩에 이용할 수 있다. 영동군은 방문객을 위해 추억의 생활전시관과 외국어 음성 안내 시스템을 설치하는 등 시설을 보강 중이다. 평화공원에 따르면 개관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9만8136명이 다녀갔다.

박물관 근처의 쌍굴다리도 반드시 들러야 할 코스다. 1934년 길이 24.5m, 높이 12.25m로 가설된 이 교량은 2003년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59호로 지정됐다. 1999년 철도공사가 상판 갈라짐과 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1, 2cm 두께의 시멘트를 덧씌웠다가 탄흔 은폐 논란이 일기도 했다. 영동군은 2011년 이 다리 교각 안쪽에 덮어 씌운 시멘트를 일일이 손으로 긁어 낸 뒤 탄흔을 찾아 보존 처리했다. 정구도 이사장은 “노근리 평화공원은 전쟁의 참상을 겪지 못한 세대에게 왜 전쟁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지를 알려주는 곳이자 인권 신장과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역사의 현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29, 30일 이틀간 ‘정전협정 60년맞이 평화 기행 노근리 평화공원 인권 평화 답사’가 국내외 유명 역사학자와 영화인 등 66명이 참가한 가운데 평화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nogunri.net

:: 노근리 사건 ::

1950년 7월 25∼29일 북한군 공격에 밀려 후퇴하던 미군이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에서 항공기와 기관총으로 피란민 대열을 공격해 20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사건. 1999년 9월 AP통신의 보도로 알려지게 됐다. 정부는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피해신고를 받아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등의 희생자를 확정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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