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 칠곡에 호국평화공원 첫삽… 기념관-병영체험장 등 2015년 완공
다부동전투-영천대첩-경주 안강전투 등 7개시군 호국벨트 2016년까지 조성
낙동강 호국평화공원 기공식이 25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송필각 경북도의회 의장, 백선기 칠곡군수, 주한미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칠곡 왜관지구전적기념관에서 열렸다. 공원은 2015년 1월 준공될 예정이다. 경북도 제공
‘산 돌아 들을 누벼 일천삼백 리, 굽이굽이 여흘여흘 이 강 위에서, 조국을 구하려는 정의의 칼로, 반역의 무리들을 무찔렀나니, 오 낙동강 낙동강, 소리치며 흐르는 승리의 낙동강.’
노산 이은상(1903∼1982)은 6·25전쟁 당시 경북 칠곡 낙동강 전투를 ‘낙동강’이라는 시에 담았다. 1978년 개관한 칠곡군 석적읍 왜관지구전적기념관 뜰에 시비가 있다. 노산은 시의 마지막 구절에 ‘폐허를 딛고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낙동강’을 기대했다.
맞은편에는 구상 시인(1919∼2004)의 ‘초토(焦土)의 시’ 시비가 있다. 낙동강 전투를 떠올리며 “먼저 간 넋을 풀어줄 노래 하나 없구나”라고 안타까워했다. 구상은 1953년부터 20년 동안 칠곡 낙동강변에 정착해 작품 활동을 했다.
아쉬움과 희망으로 낙동강을 바라본 두 시인의 마음이 ‘낙동강 호국정신’으로 흐르게 됐다. 경북도와 칠곡군은 6·25전쟁 63주년인 25일 왜관전적기념관에서 낙동강 호국평화공원 조성 기공식을 열었다.
부서진 채 남아있는 왜관철교가 낙동강 전투를 알려주는 과거형 상징물이라면 호국평화공원은 노산의 바람대로 희망의 낙동강을 보여주는 미래형 상징이다. ‘호국의 다리’로 불리는 왜관철교는 1950년 8월 초 북한군 5개 사단이 대구를 점령하기 위해 총공세를 폈을 때 탱크를 막기 위해 일부를 폭파했다. 당시 북한군은 8·15 광복절 행사를 대구에서 열겠다고 할 정도로 기세등등했지만 학도의용군과 주민까지 힘을 모아 지켜냈다. 이 덕분에 그해 9월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서울도 되찾을 수 있었다.
23만5000m²(7만여 평)에 550억 원을 들여 2015년 1월까지 조성하는 호국평화공원은 기념관과 추모시설을 기본으로 병영체험장과 사격시설, 입체영상실 등 체험 공간을 다양하게 갖춘다. 그냥 둘러보는 공원이 아니라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자고산(303고지) 정상에는 한미 우정의 공원도 만들 계획이다. 당시 정상에서 방어하던 미군 40여 명이 전멸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나라를 구한 역사의 현장이 이제 나라를 잘 발전시키는 힘을 모으는 현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칠곡 호국평화공원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영천 영덕 상주 포항 경주 군위 등 낙동강변 7개 시군을 연결하는 호국평화벨트를 조성한다. 칠곡 왜관 및 다부동 전투, 영천대첩, 영덕 장사상륙작전, 상주 화령장 전투, 포항 학도병 전투, 경주 안강 전투, 군위 효령 전투 등 지역별로 벌어졌던 주요 전투를 호국 정신으로 조명하는 계획이다.
경북도는 호국정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올해 9월 육군3사관학교(영천 소재)에서 청소년 나라사랑 캠프를 여는 한편 제2작전사령부(대구 소재)와 낙동강 전투 승전기념행사를 연다. 8월 31일 터키에서 개막하는 이스탄불-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도 6·25전쟁에 참전한 터키 용사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마련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당시 낙동강 방어선이 무너졌다면 해외에 망명정부를 세워야 했을 정도로 위급했다. 낙동강 호국평화벨트가 과거와 현재, 미래의 호국정신을 잇는 소중한 가교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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