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심모 씨(52)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증산로를 달리는데 뒤에서 택시가 자꾸 전조등을 번쩍이며 경적을 울렸다. 심 씨는 “난폭한 택시 운전사”라고 욕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택시가 다가오더니 차창을 내렸다. “아주머니, 타이어 펑크 났어요!” 살펴보니 조수석 쪽 앞바퀴가 터져 주저앉아 있었다. 택시 운전사는 “차가 기울어져 자꾸 차선을 넘어갔는데 몰랐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2·여)는 지난주 야근을 마친 뒤 차를 몰고 사거리를 지나다 우회전하는 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십년감수를 했다. 급정거한 뒤 끼어든 차 운전자에게 항의를 했더니 그 운전자는 “댁의 차가 전조등이 꺼져 있어서 오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제야 살펴보니 회사 주차장을 나선 후 계속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로 운전해온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은 정말 차량 관리에 무관심할까. 본보 취재팀은 26, 27일 교통안전공단 문화센터 여성 운전자 수강생과 일반 여성 운전자 등 16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엔진오일 레벨 게이지의 F(Full·가득)와 L(Low·낮음)의 의미를 모른다는 응답이 8명이었다. ‘차량 보닛(앞덮개)을 직접 열어 본 적이 있다’는 여성은 한 명뿐이었다. 주행 전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한다는 응답자는 4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7명은 이륜구동과 사륜구동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다.
문제는 차의 구조에 대한 무지와 차량 관리에 대한 무신경이 의도하지 않은 ‘반칙운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 여성 운전자는 “비 오는 밤 고가도로를 시속 약 100km로 달리다 타이어가 터진 적이 있는데 큰 음악소리에 정신이 쏠려 차가 기우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이 차를 수리한 자동차공업소 직원은 “타이어가 거의 닳아 있었고 미세한 찢어짐도 많았다”고 했다. 박해준 교통안전공단 성산검사소장은 “펑크가 난 걸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타이어가 찢어질 때까지 차를 모는 여성 운전자가 많은데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여성 설문 응답자는 “한밤중 전조등과 브레이크등이 고장 난 줄도 모르고 경인고속도로를 달린 적이 있다”고 했다. 뒤에서 달려오던 차들이 경적을 울려도 이유를 몰랐다. 마중 나온 남편이 “차가 고장 났느냐”고 물었을 때야 전조등이 고장 난 걸 알았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자동차공업소에는 최근 도로 한복판에서 멈춰 섰던 차량이 수리를 위해 맡겨졌다. 계기판에는 엔진오일과 냉각수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다. 보닛을 열어보니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 업체 유성채 사장은 차를 가져온 주부에게 “여기 경고등이 들어오는데 엔진오일이 부족한 줄 몰랐느냐”라고 묻자 주부는 “그게 뭔데요. 갈아주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계속 들어왔지만 뭔지 몰라 그냥 운전했다고 한다.
교통안전공단 김영수 검사부장은 “시속 100km를 넘나들며 달리는 도로에서 문제가 있는 차량을 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여성 운전자가 주행 전에 반드시 살펴야 할 항목으로 △전조등 및 브레이크등 △타이어 공기압 △엔진오일 △냉각수 수위 등을 꼽았다. 주행 중에는 타는 냄새나 이상한 소리가 나면 점검을 받아야 한다.
브레이크등이 정상인지 확인하려면 주차장 벽에 가까이 차를 대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면 벽에 빨간불이 비치는지 사이드미러로 확인할 수 있다. 전조등은 항상 ‘오토(auto)’로 맞춰 놓으면 밤 시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운행하는 걸 예방할 수 있다. 타이어는 매달 5∼10%씩 자연적으로 공기가 빠지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 전에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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