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4부]<5·끝> 잘 몰라 저지르는 여성 반칙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8일 03시 00분


“남편이 車관리, 난 운전만”… 타이어 찢어져 도로 한복판 ‘스톱’

[시동꺼! 반칙운전] 잘 몰라 저지르는 여성 반칙운전
주부 심모 씨(52)는 최근 아찔한 경험을 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증산로를 달리는데 뒤에서 택시가 자꾸 전조등을 번쩍이며 경적을 울렸다. 심 씨는 “난폭한 택시 운전사”라고 욕했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택시가 다가오더니 차창을 내렸다. “아주머니, 타이어 펑크 났어요!” 살펴보니 조수석 쪽 앞바퀴가 터져 주저앉아 있었다. 택시 운전사는 “차가 기울어져 자꾸 차선을 넘어갔는데 몰랐느냐”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 씨(32·여)는 지난주 야근을 마친 뒤 차를 몰고 사거리를 지나다 우회전하는 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십년감수를 했다. 급정거한 뒤 끼어든 차 운전자에게 항의를 했더니 그 운전자는 “댁의 차가 전조등이 꺼져 있어서 오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제야 살펴보니 회사 주차장을 나선 후 계속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로 운전해온 사실을 깨달았다.

여성은 정말 차량 관리에 무관심할까. 본보 취재팀은 26, 27일 교통안전공단 문화센터 여성 운전자 수강생과 일반 여성 운전자 등 16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엔진오일 레벨 게이지의 F(Full·가득)와 L(Low·낮음)의 의미를 모른다는 응답이 8명이었다. ‘차량 보닛(앞덮개)을 직접 열어 본 적이 있다’는 여성은 한 명뿐이었다. 주행 전 타이어 공기압을 확인한다는 응답자는 4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7명은 이륜구동과 사륜구동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다.

문제는 차의 구조에 대한 무지와 차량 관리에 대한 무신경이 의도하지 않은 ‘반칙운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 여성 운전자는 “비 오는 밤 고가도로를 시속 약 100km로 달리다 타이어가 터진 적이 있는데 큰 음악소리에 정신이 쏠려 차가 기우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이 차를 수리한 자동차공업소 직원은 “타이어가 거의 닳아 있었고 미세한 찢어짐도 많았다”고 했다. 박해준 교통안전공단 성산검사소장은 “펑크가 난 걸 잘 알아차리지 못하고 타이어가 찢어질 때까지 차를 모는 여성 운전자가 많은데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 여성 설문 응답자는 “한밤중 전조등과 브레이크등이 고장 난 줄도 모르고 경인고속도로를 달린 적이 있다”고 했다. 뒤에서 달려오던 차들이 경적을 울려도 이유를 몰랐다. 마중 나온 남편이 “차가 고장 났느냐”고 물었을 때야 전조등이 고장 난 걸 알았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 자동차공업소에는 최근 도로 한복판에서 멈춰 섰던 차량이 수리를 위해 맡겨졌다. 계기판에는 엔진오일과 냉각수 경고등이 들어와 있었다. 보닛을 열어보니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 업체 유성채 사장은 차를 가져온 주부에게 “여기 경고등이 들어오는데 엔진오일이 부족한 줄 몰랐느냐”라고 묻자 주부는 “그게 뭔데요. 갈아주는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계속 들어왔지만 뭔지 몰라 그냥 운전했다고 한다.

교통안전공단 김영수 검사부장은 “시속 100km를 넘나들며 달리는 도로에서 문제가 있는 차량을 몰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여성 운전자가 주행 전에 반드시 살펴야 할 항목으로 △전조등 및 브레이크등 △타이어 공기압 △엔진오일 △냉각수 수위 등을 꼽았다. 주행 중에는 타는 냄새나 이상한 소리가 나면 점검을 받아야 한다.

브레이크등이 정상인지 확인하려면 주차장 벽에 가까이 차를 대고 브레이크를 밟았다 떼면 벽에 빨간불이 비치는지 사이드미러로 확인할 수 있다. 전조등은 항상 ‘오토(auto)’로 맞춰 놓으면 밤 시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운행하는 걸 예방할 수 있다. 타이어는 매달 5∼10%씩 자연적으로 공기가 빠지기 때문에 장거리 운전 전에는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차량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자칫 도로에서 민폐만 끼치는 ‘김 여사’ 되기 십상이죠? 여성운전자 중 정기적으로 차량 점검이나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합니다. 안전한 운전 못지않게 차량 관리 또한 중요하답니다. 도로에서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려면 차량 관리는 필수라는 점, 잊지 마세요!
차량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는 자칫 도로에서 민폐만 끼치는 ‘김 여사’ 되기 십상이죠? 여성운전자 중 정기적으로 차량 점검이나 관리를 하지 않는 사람이 꽤 많다고 합니다. 안전한 운전 못지않게 차량 관리 또한 중요하답니다. 도로에서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려면 차량 관리는 필수라는 점, 잊지 마세요!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채널A 영상]낡은 타이어로 빗길 달리니 ‘주르륵’…장마 전 점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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