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강서구의 관절전문병원 웰튼병원. 정형외과 전문의가 치료보조용 신발을 신겨 주려고 코로베이니코프 코바 니나 씨(53·여·러시아)의 오른쪽 발에 감겨 있는 붕대를 풀었다. 니나 씨와 그의 남편은 곧게 펴진 엄지발가락이 드러나자 환하게 웃었다.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휘는 증상) 때문에 제대로 걷지 못하던 니나 씨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보더니 얼굴이 환해졌다.
러시아 하바롭스크에 사는 니나 씨는 남편과 함께 6월 8일 이 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이들은 의료기술이 우수한 반면 의료비가 저렴하고 비행시간도 3시간에 불과해 한국을 찾았다고 밝혔다. 니나 씨는 “의료진이 친척같이 대해준다. 한국 의료진은 모든 병을 고치는 ‘황금 손’을 가진 것 같다. 러시아에 돌아가면 한국에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병원에 외국인 환자가 있는 모습은 이 병원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의료관광을 목적으로 서울을 찾는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5만5672명. 이 중 9만6646명이 서울시내 병원을 찾았다. 서울시내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 수는 2010년 5만490명이었지만 2년 만에 배 가까이로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환자 상당수는 시내 25개 자치구 중 피부과·성형외과 500여 개가 몰려 있는 강남구, 한의원 및 건강검진이 가능한 병원이 밀집한 중구에 몰린다. 지난해 강남구에는 3만4135명, 중구에는 1만700명의 외국인 환자가 찾았다. 이에 비해 강서구는 후발주자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서 가깝고 척추·관절 특화 병원이 많은 것이 장점이다. 이 덕분에 강서구는 중구, 강남구의 뒤를 이어 서울 의료관광의 대표 자치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려 노력하고 있다.
중구와 강서구는 중소기업청에서 의료관광특구 지정을 받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구는 명동·충무로 일원 56만 m²를 ‘중구 해피 메디컬 투어리즘 특구’로 지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다음 달 말에는 5개 국어로 된 의료관광 홈페이지도 연다.
강서구도 척추·관절·여성전문 병원 등 보건복지부에 외국인 환자 유치 의료기관으로 등록한 병원 35개가 몰려 있는 강서로·공항로 일원 200만 m²를 의료문화관광특구 지정해 달라는 신청서를 중소기업청에 낼 계획이다. 강서구는 베트남, 태국, 키르기스스탄 등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19명에게 의료 관련 교육을 한 뒤 올해부터 관내 병원에 국제 간병인으로 배치했다. 강서구 관계자는 “의료관광 특성상 회복 기간에 둘러볼 근거리 관광지 확보에 주력하겠다”며 “인근에 유명 관광지가 많은 중구와 차별화해 강서구는 전통시장 투어 등 생활 밀착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압구정동 강남관광정보센터 1층에 자리한 메디컬투어센터를 따로 만들고 있다. 이 센터는 2일부터 문을 열 예정이다. 이 센터에는 강남구보건소 직원과 외국어 능통자가 상주하며 성형 시뮬레이션 등의 서비스와 의료관광 정보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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