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회삿돈 1000억 원을 빼돌리는 등 모두 2100억 원 대 경제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1일 구속 수감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대기업 회장이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10시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기록에 비추어 증거인멸과 도주우려가 있다"며 이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신이 30대부터 신부전증을 앓아 왔고 현재 말기에 있다며 불구속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날 심문 때 "신장이식수술이 필요한 상태이고 구속되면 병세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그러나 이 회장이 오랫동안 큰 어려움 없이 병세를 관리해 왔고 검찰 수사로 갑자기 악화되지는 않은 점 등에 비춰 구속 수사에 무리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구속에 대해 CJ그룹은 공식 입장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이 회장이 혐의를 모두 시인했는데도 구속된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그룹 측은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앤장과 광장으로 꾸려진 이 회장의 변호인단은 지난주부터 이 회장이 구속될 경우에 대비해 대응책을 논의해왔다.
이 회장을 구속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 회장 구속 수사 기간(최대 20일) 동안 기존 혐의를 보강하는 데 집중한 뒤 기소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중 모두 1000억 원에 이르는 횡령 혐의가 가장 무겁다. 여기에는 이 회장이 △1997~2004년 CJ제일제당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임직원 복리후생비 등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빼돌린 600억 원 △2009년 전후부터 약 4년 간 인도네시아법인 등에 근무하지도 않는 임원 하모 씨 등 3명 계좌에 급여 명목으로 조성한 해외비자금 160억~170억 원 △신모 부사장(구속기소)과 공모해 2007년 1월 일본 도쿄 아카사카에 있는 CJ일본법인 소유의 빌딩과 부지에 설정한 근저당권 약 254억 원 등이 포함됐다.
이 회장은 또 아카사카의 빌딩 2채를 차명으로 구입하면서 CJ일본법인이 대출금 채무를 연대 보증토록 해 회사에 51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CJ그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BW)를 매매하고 국내 차명계좌로 CJ그룹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소득세 600억 원을 고의로 내지 않은 혐의(조세포탈)도 있다. 검찰은 다른 혐의도 보강 수사를 통해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2007년 지주회사인 CJ㈜ 설립 당시 그룹 지배권을 다지기 위해 국내외 차명계좌를 이용해 CJ그룹 주식을 사고팔면서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이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와 공모해 그룹 임원 명의의 차명재산으로 해외 미술품을 사고팔면서 차명재산을 국외로 빼돌린 혐의(특경법상 국외재산도피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는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원곤)가 수사를 계속할 전망이다. 금조2부는 올해 초부터 홍 대표를 미술품 거래와 관련된 탈세 혐의로 수사해 왔다.
검찰이 이 회장을 영장 혐의대로 기소한다면 이달 1일부터 시행된 새 조세범죄 양형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새 기준에는 조세포탈액이 200억 원을 넘으면 징역 5~9년이 기본 양형이다. 징역 3년 이상이 선고되면 집행유예도 받을 수 없다. 예전에는 300억 원을 넘어도 징역 5~8년이 기본이었다.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일부러 숨기고 세금 납부를 피하려고 회사 임원을 시켜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실까지 드러난다면 가중 처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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