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회장이 1일 구속 수감되면서 CJ그룹은 당분간 손경식 공동회장이 그룹을 이끌되 이관훈 CJ㈜ 사장이 측면에서 지원해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과 이 사장은 이 회장과 함께 CJ㈜의 등기이사다.
손 회장은 이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 그룹을 진두지휘하다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하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는 CJ그룹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회장의 모친 손복남 여사의 친동생이다. 오너 일가에 버금가는 실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룹의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적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CJ그룹은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를 ‘글로벌 CJ’를 완성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지난해 29%였던 해외 매출 비중을 2020년까지 5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속으로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상당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해외 인수합병(M&A) 협상이 모두 중단됐다. 이 회장의 출국금지로 해외 출장이 모조리 취소된 데다 해외 파트너들이 협상 연기를 요구하거나 CJ 측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J그룹 관계자는 “M&A 건은 많게는 수조 원이 투자되기 때문에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 회장의 부재로 향후 M&A를 통한 글로벌 전략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말했다. CJ그룹이 1953년 그룹의 모태인 제일제당 설립 이후 60년, 1993년 삼성과 분리 후 별도 그룹으로 거듭난 지 2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985년 제일제당에 사원으로 입사한 이 회장은 설탕과 밀가루를 생산하던 식품회사를 바이오·생명공학, 엔터테인먼트·미디어, 물류·유통 등의 사업을 두루 갖춘 재계 14위의 생활문화기업으로 키웠다. CJ그룹의 매출은 출범 초기인 1995년 1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26조8000억 원으로 15배 이상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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