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학원버스 뒤엉켜 온종일 ‘빵빵’
[시동 꺼! 반칙운전/‘분통 터지는 도로’ 르포]③ 서울 반포 삼호가든맨션 앞 사거리
사거리에 직진 신호가 켜졌지만 교차로를 통과하는 차량은 없었다. 이전 직진과 좌회전 신호 때부터 교차로에 뒤엉킨 차량들은 경적만 울려댈 뿐 꼼짝도 하지 못했다. 각 방향의 차량이 뒤엉켜 누구의 잘못인지 따질 수도 없는 상황. 차량들은 1cm라도 더 앞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듯 ‘횡단보도를 침범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통법규 따위는 쉽게 무시했다.
노란색 학원 통학차량과 승용차들이 얽혀 사거리 한복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삼호가든맨션 앞 사거리에서 평일 오후만 되면 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시동 꺼! 반칙운전’ 팀에 이 거리를 ‘분통터지는 도로’라고 제보한 독자 이재욱 씨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교통이 꼬이는 곳”이라고 말했다.
“낮이나 밤이나 항상 막혀요. 교대역에서 여길 거쳐 고속버스터미널 사거리까지 2km도 안 되잖아요? 거길 가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니까요. 이게 주차장이지 도로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사거리는 서초중앙로의 고속버스터미널 사거리와 지하철 2호선 교대역 사이에 있다. 교대역에서 고속버스터미널 방향으로 진입하는 차들이 끊이지 않는다. 지하철 2호선 강남역에서 고무래로를 통해 올라오는 차들도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인근 미도아파트 앞 학원가에서는 시간대별로 통학차량이 쏟아져 나온다. 사평로 방향 3차로, 교대역 방향 3차로, 미도아파트 방향 2차로, 반포고등학교 방향 2차로 등 총 10개 차로가 이 교차로에서 교차한다. 상습 정체가 일어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운전자들이 꼬리 물기의 유혹에 빠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6월 26일 오후 5시 반. 도로는 네 방향 모두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 관할 서초경찰서 소속 모범운전자회 택시운전사 3명이 교통정리 중이었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이들이 보든 말든 개의치 않고 꼬리를 물었다. 신호가 바뀌어도 통과하지 못하면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뜻에서 그려놓은 사거리 중앙 하얀색 직사각형 모양의 주정차금지구역 표시는 무용지물. 단속 카메라까지 설치됐지만 ‘위반자가 너무 많아’ 단속을 못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잘못된 도로 구조도 이런 무질서의 원인이다. 반포고에서 미도아파트로 향하는 편도 2차로는 사거리 횡단보도를 앞두고 좌회전 직진 우회전 등 3개 차로로 바뀐다. 하지만 좌회전 차로에 설 수 있는 차량은 승용차 2대가 고작이다.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직진 차로에서 좌회전을 감행해야 한다. 취재팀이 관찰한 2시간 동안 꼬리 물기 차량은 그 수를 세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만큼 많았다. 2시간 내내 이에 항의하는 날카로운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아 머리가 지끈지끈할 지경이었다.
반대편 미도아파트에서 사평로로 좌회전하는 차로도 비슷했다. 이쪽에서는 학원 통학차들이 주기적으로 10여 대씩 줄지어 나와 정체에 합류했다. 교대역에서 사평로로 직진하는 차들도 ‘지지 않겠다’는 듯 교대역 쪽 횡단보도를 훌쩍 넘어 꼬리 물기에 합세했다. 이 차량들이 엉거주춤 횡단보도를 침범하고 서 있을 때 초록색 보행자 신호가 들어오면 시민들이 차들 사이를 위험하게 지나다녔다.
다음 날인 27일 오후 3∼5시에도 모습은 똑같았다. 저녁시간보다 통학차량이 더 많고 인근 아파트 상가를 이용하기 위해 불법 정차를 한 차들이 자주 눈에 띄는 점만 다를 뿐.
서초경찰서 관계자는 “2011년 7월 신호체계를 바꾸는 등 개선하려고 노력했지만 워낙 통행량이 많은 곳이라 쉽지 않다”며 “(단속) 인력사정도 여의치 않고 한꺼번에 많은 차량이 꼬리 물기를 하는 탓에 단속을 강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고무래로에서 서초중앙로로의 진입을 막고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하는 등 통행량을 분산시키는 대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교통정리를 하던 한 택시운전사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시민의식이 고쳐지지 않는 한 단속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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