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첫 憲訴… 대법원-헌재 어디서 풀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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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화고속 “근로기준법 규정 모호… 위헌”
대법원도 이르면 월말 전원합의체 회부

‘근로기준법 제56조’의 통상임금 규정이 모호하다며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는 헌법소원이 처음으로 제기됐다.

인천∼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를 운영하는 삼화고속은 지난달 13일 ‘통상임금을 모호하게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56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으로 주는 임금이라고만 규정돼 있어 상여금과 일부 수당을 통상임금에 넣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다. 통상임금은 시간외수당이나 퇴직금 액수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통상임금의 범위에 따라 액수에 큰 차이가 난다.

앞서 4월 삼화고속 측은 직원들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1심 재판부인 인천지법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5월 이를 기각했다. 당시 인천지법은 “‘통상’이란 말은 ‘일상적으로’라는 뜻이어서 통상임금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고정임금이라고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화고속 측은 ‘통상’에 대한 해석이 법원마다 다를 정도로 모호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법률 조항이 모호하다 보니 노사가 합의를 거쳐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매번 판결에 따라 무력화된다면 노사가 자율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된다”면서 “또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히면 회사가 최대 110억 원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는 회사의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헌법소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어디까지 통상임금인가’ 범위를 두고 다투는 기업들의 소송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법원에도 11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계류돼 있다. 대법원은 이르면 이달 안에 이 사건들을 대법관이 전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할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삼화고속 측의 헌법소원으로 헌재와 대법원 중 어느 쪽이 먼저 어떤 결정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지금까지의 판례와 고용노동부 지침에서는 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면서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는 계기가 됐다. 대법원 판결 이후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을 비롯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조에서 비슷한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다. 재계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것으로 최종 확정되면 사측이 부담해야 할 추가 비용이 최대 38조 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는 “그동안 재계가 챙겨 온 부당이득을 돌려받는 것”이라는 견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판결보다 ‘입법’ 차원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임금이 논란이 되자 주무부처인 노동부는 관련 위원회를 꾸리고 통상임금의 개념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노사정 대화를 마련할 예정이지만 노사의 견해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은 상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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