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어디든 날아가 언제든 살려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 인천해경 24시간 구조헬기 맹활약

인천해경 항공단은 3교대로 24시간 비상 대기하다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출동한다. 헬기에는 환자를 돌볼 응급구조사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정비사가 함께 탄다. 인천해경 제공
인천해경 항공단은 3교대로 24시간 비상 대기하다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출동한다. 헬기에는 환자를 돌볼 응급구조사와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정비사가 함께 탄다. 인천해경 제공
지난달 22일 오전 11시경 인천해양경찰서 상황실 비상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인천항에서 약 240km나 떨어진 서해 최북단 섬인 옹진군 백령도에서 응급 환자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관광객 김모 씨(65)가 급성 심근경색으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이고 있어 인천의 큰 병원으로 신속하게 옮겨야 한다는 것이 백령병원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인천해경 상황실은 곧바로 항공단에 연락해 헬기(518호기)를 백령도에 급파했다. 출동 대기 중이던 송치웅 기장(45·경위)은 응급구조사인 이현석 순경(32)과 경찰관 3명을 태우고, 곧 이륙했다. 쾌속선으로도 4시간이나 걸리는 백령도까지 1시간 10분 만에 도착한 이들은 김 씨를 헬기에 옮겨 태웠다.

백령병원 의사 1명도 동승해 헬기에 설치된 산소호흡기와 각종 응급 장비로 환자를 계속 돌봤다. 헬기가 이날 오후 1시 반경 남동구 구월동 가천대 길병원 옥상에 착륙했다. 미리 대기하던 의료진은 김 씨를 응급실로 옮겨 수술했다.

열흘이 지난 2일, 김 씨는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다. 길병원 관계자는 “해경이 환자를 신속하게 이송한 덕분에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헬기 2대로 해상치안 활동에 나서는 인천해경 항공단은 요즘 인천지역 섬 주민 선원, 관광객이 사고와 부상으로 긴급 이송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에만 10차례나 응급 환자를 이송해 12명의 목숨을 살렸다.

인천해경 헬기는 초속 18m가 넘는 태풍이 불거나 폭우가 내리지 않으면 24시간 출동이 가능하다. 육군과 공군에서 10년 이상 헬기를 몰다가 예편한 장교 출신 베테랑 조종사 7명이 번갈아 조종간을 잡는다. 불법 조업을 하는 중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헬기가 3000t급 경비함에 실려 작전에 나설 때 인근 해역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바다에서 환자를 태워 뭍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환자를 이송할 때에는 반드시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가진 경찰관이 동승해 돌보고 있다.

현재 인천시가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응급의료 전용헬기(일명 닥터헬기)도 있다. 닥터헬기의 활동 범위는 지난해까지 인천에서 약 70km 떨어진 옹진군 백아도와 울도 부근으로 한정됐으나 올해 130km로 늘어 연평도까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인천해경 헬기는 약 400km 떨어진 곳까지 운항이 가능해 서해안의 웬만한 섬이나 바다 위 선박까지 날아가 환자를 이송할 수 있다.

인천해경 헬기가 한국인 환자만 이송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14일 오후 4시경 옹진군 울도에서 서쪽으로 80km 떨어진 해상에서 조업하던 중국어선의 선원(41)이 그물을 걷다가 옆구리에 로프를 맞아 갈비뼈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경이 신속하게 헬기를 보내 대학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환자는 현재 건강을 회복 중이다. 이 소식을 들은 주한 중국대사관은 사흘 뒤인 17일 인천해경에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헬기를 급파해 위독한 중국인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겨 생명을 구조해 준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는 감사장을 보내기도 했다. 박성국 인천해경 서장은 “전국 어디든 해상에서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국번 없이 122로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천해경#응급 환자#구조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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