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제주맥주 ‘제스피’ 우여곡절 끝 탄생… 애주가들 입맛 사로잡을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4일 03시 00분


제주보리-지하수 사용… 4∼6종 출시 “수입 맥아보다 질적으로 우수”
일각 “안착 못하면 관광상품 전락”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제주맥주’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다. 제주도는 당초 프리미엄급 제주맥주를 대량 생산해 국내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사업자가 없어 수포로 돌아갔다. 전략을 수정해 소량 판매로 전환하고 맥주 생산 및 판매사업을 제주도개발공사가 맡기로 했다. 제주맥주는 24일부터 제주시 연동 전용 영업장(396m²)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2010년 광역경제권 선도사업의 하나로 선정돼 ‘제주지역맥주 상품개발 및 사업화’ 과제를 수행한 후 3년 만이다.

2일 오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제주도개발공사 맥주 생산공장은 시판을 앞두고 맥아(麥芽) 제조와 발효, 숙성탱크를 오가는 연구원들의 발길로 분주했다. 시험 추출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켜 보니 국내 시중 맥주와는 달리 강한 맛이 느껴졌다. 현소양 연구원은 “제주에서 개발한 맥주용 신품종 보리인 ‘백호’에서 맥주의 질을 결정하는 맥아를 만들었다”며 “국내 맥주제조회사가 수입하는 외국 맥아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하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 제주를 담은 맥주 탄생

제주맥주의 특징은 제주산 보리와 지하수를 사용하고 자체 생산한 맥아로 양조한다는 점이다. 맥주 제조에 필요한 물(80%), 맥아(15∼20%), 호프(0.1%) 가운데 외국에서 수입한 고급 호프를 제외하고는 순수 제주산이다. 부드러운 맛의 필스너, 감귤향이 나는 미국 스타일의 페일 에일, 진한 맛을 가진 영국 스타일의 스트롱 에일, 흑맥주인 스타우트 등 4∼6종이 관광객과 지역주민들에게 선을 보인다. 알코올 함량은 4.5∼6.5%. 초기에 판매하는 병맥주는 살균 처리하는 일반 병맥주와는 달리 효모가 살아있어 유통기간이 정해진다.

제주맥주 브랜드는 ‘제주의 정신(spirit), 자연’ 등을 담을 ‘제스피(Jespi)’(사진)로 정했다. 판매가는 500mL에 5500원 선이다. 대부분 생맥주로 출시되기 때문에 영업장에서 신선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병맥주는 소량 판매를 시도한 후 점차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계절이나 특정행사에 맞춰 스페셜 맥주를 제조해 한정 판매한다.

○ 지역맥주 성공의 시험대

제주도개발공사는 먹는 샘물인 ‘삼다수’로 일군 성공신화를 맥주에서도 재연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지역맥주, 하우스맥주 등으로 불리는 소규모 맥주인 제주맥주는 주세법에 따라 대형할인매장은 물론이고 일반 음식점 등지에서 판매가 불가능하고 다른 지역으로 유통도 할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3차례 공모에도 민간사업자 참여가 불발되면서 연간 생산량은 당초 1만5000kL에서 100∼500kL로 대폭 줄었다. 제주시 구좌읍 용암해수단지에 대량생산을 위해 마련한 맥주전용 공장 용지는 터파기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소비자의 입맛을 잡지 못한다면 제주맥주가 이색적인 관광 상품의 하나로 등장했다가 소멸하는 과정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 강경구 제주지역 맥주사업추진 태스크포스(TF) 팀장은 “현실적인 제약은 많지만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신선하고 독특한 맥주를 준비했다”며 “일반 시중 맥주와 차별화해 국내 처음으로 지역맥주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공사 측은 시판일인 24일부터 이틀 동안 제주시 연동 바오젠거리에서 ‘제스피 재즈 페스티벌’을 열어 세계 맥주와 비교시음,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진행한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제주맥주#제스피#제주보리#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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