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강진군 대구면 사당리 청자박물관 입구 오른쪽 정원에는 ‘계룡정’이란 정자가 있다. 4평 남짓한 정자는 햇볕이 좋은 날이면 반짝반짝 빛난다. 지붕에 청자기와가 얹어졌기 때문이다. 계룡정은 고려시대 개경의 대궐 별궁에 있던 ‘양이정(養怡亭)’을 본떠 2004년 지어졌다. ‘고려사’에는 ‘의종 11년(1157년) 봄 4월 고려궁 후원에 연못을 팠다. 거기에 정자를 세우고 그 이름을 양이정이라 했는데 양이정에 청자기와를 덮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기록을 증명하듯 청자박물관이 자리한 곳에서는 1965년 300여 개의 청자기와 파편이 출토됐다. 전국 유일의 청자 테마파크인 강진청자박물관이 청자기와 상용화에 나섰다. 청자가 그릇뿐 아니라 건축 자재로 쓰였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타일 개념의 도판(陶板), 세면대 등 청자의 고풍스러움에 내구성까지 갖춘 생활 자기도 선보여 청자 대중화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 건축 자재도 이젠 청자 시대
청자기와는 1300도의 고온에서 굽고 유약 처리를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나다. 온도 변화에도 뒤틀림이 없고 비취색이 영구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강경인 청자박물관 연구개발실장은 “청자기와의 우수성은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상용화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일반 기와보다 생산 단가가 높기 때문에 이를 낮추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벽에 타일 용도로 붙이는 청자 도판은 시제품을 만들어 9월 건축박람회에 출품할 계획이다. 친환경 소재인 데다 상감 문양이 들어가고 색감이 좋아 호평을 기대하고 있다. 세면기도 이미 제작해 박물관에서 선을 보였다.
청자 술잔, 화병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도 시판하고 있다. 지름이 6cm인 청자 술잔은 술잔 돌리기 좋아하는 한국인 취향에 맞춰 잔의 아랫부분에 조그마한 구멍을 내 한 사람이 오랫동안 잔을 붙잡고 있지 못하도록 만들어 ‘원샷 잔’이란 별명을 얻었다. 강진 청자를 하늘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다. 이달 1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이 취항하는 23개 국가, 71개 도시, 91개 모든 국제선 항공기 기내에서 청자박물관이 생산한 ‘청자상감운학문 매·주병 미니어처 세트’가 면세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강진 청자의 세계화를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
○ 민간 업체 지원 중심으로 개편
청자박물관은 1986년 개설 이후 27년간 고려청자의 판매에 치중해 온 운영 방식을 민간업체 지원 위주로 전환하기로 했다. 청자박물관은 청자 재현 기술 연구에 주력하고 민간 업체는 생산 및 판매에 전념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강진에서는 관요(官窯)인 청자박물관을 비롯해 28개 민간업체가 청자를 생산하고 있다. 군은 이를 위해 6명의 전문가로 민간업체 지원단을 발족시키고 업무를 지원한다. 황옥철 강진청자협동조합장은 “민간 업체가 크게 늘었고 40여 개 업체가 새로 입주할 ‘도예촌’ 조성 사업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에 청자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적절한 조치”라고 말했다. 도예촌은 강진군이 청자박물관 인근에 201억 원을 들여 조성하는 전국의 도예·공예작가들의 창작 공간으로, 2015년 완공 예정이다.
강진군은 공예 인프라가 잘 갖춰진 광주 남구와 최근 업무협약을 맺고 문화공예클러스터 연계 사업도 벌인다. 한편 강진군은 ‘흙·불, 그리고 인간’을 주제로 27일부터 8월 4일까지 ‘제41회 강진청자축제’를 개최한다. ‘청자’만이 갖고 있는 매력을 활용한 8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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