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머금은 먹구름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 인근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드리워졌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이 북상하면서 8일 오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서 30∼70mm의 비가 내리고 중북부지방엔 100mm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서해안과 남해안, 일부 내륙지방에 안개가 짙게 끼는 곳이 많아 운전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남부지방에 큰 피해를 낸 장맛비가 이번 주에는 중부지방에 집중적으로 내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사전 징후 없이 형성된 비구름대가 짧은 시간 좁은 지역에 강한 비를 내리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강수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피해가 우려된다.
남부지방에 머물러 있던 장마전선은 7일 오후 중부지방으로 올라오며 많은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중부지방에는 8일 오전에 돌풍과 천둥 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mm 이상의 강한 비가 예상된다. 8일 밤까지 중부지방의 예상 강수량은 30∼70mm, 많은 곳은 100mm 이상이다. 앞서 4, 5일 300mm 이상의 폭우가 내린 남부지방에는 7일까지 장맛비가 이어지며 곳곳에서 산사태, 농경지 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9일 장마전선은 북한으로 올라가 당분간 중북부 지방에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오후부터는 중부지방도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나겠지만 12일 장마전선이 내려오며 다시 비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 광주 등 남부지방에는 낮 최고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폭염이 이어지겠다. 또 밤에는 열대야도 나타날 것으로 예보됐다.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는 날씨는 비구름대의 남북 폭이 유달리 좁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장마의 일반적인 특징이지만 올해는 더욱 두드러지는 편이다. 기상청은 북태평양에서 장마전선으로 이어지는 수증기 통로가 주변 기압 배치나 바람 등의 영향으로 매우 좁게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장마전선의 폭이 좁아지면서 예상치 못한 국지성 호우 확률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보통 장마전선 중심부에서는 강한 비가 내리고 가장자리에서는 빗줄기가 약하다. 그러나 올해는 가장자리에서도 순식간에 강한 비구름대가 발생했다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 남양주의 경우 4일 오후 6∼7시 5.0mm의 비가 내리다 오후 8∼9시에는 무려 87.5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이어 오후 9시부터는 강수량이 10mm 안팎으로 뚝 떨어지더니 5일 0시부터는 비가 거의 그쳤다.
장마 때 국지성 호우가 종종 내리지만 이번처럼 강수량이 극단적으로 변한 것은 흔치 않다. 이 지역은 높은 산도 없어 지형적인 원인도 찾기 힘든 곳이다. 기상청은 비구름대의 폭이 좁다 보니 같은 권역에서도 대기가 불안정한 일부 지역에 강한 비가 내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대기 불안정으로 인한 소나기성 강수는 자주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4일 나타난 경기 동부의 강수 현상은 드문 일”이라며 “지형적인 특징도 없고 워낙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지기 때문에 예측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