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해외대학 진학, 그 명과 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해외 대학 진학 고려하는 중하위권 수험생, 체크포인트

《충남의 한 고교를 졸업하고 일본의 한 지역거점 국립대에서 기계지능·항공공학을 전공 중인

이모 씨(20). 그는 성적에 맞춰 국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외국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경우다.

고3 수능 모의고사 성적은 언어 5, 6등급, 외국어 3, 4등급. 이 씨는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못 가느니

한국보다 연구환경이 더 잘 갖춰졌다고 알려진 일본 대학에 진학하는 게 낫겠다 싶어

고2 때부터는 유학 준비에만 전념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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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졸업 후 곧바로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준비하는 고교생이 늘고 있다. 특히 서울 소재 하위권 대학이나 수도권 대학, 지방대 등에 진학하는 중하위권 학생 중 국외 대학으로 눈길을 돌리는 이 씨와 같은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

유학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해외 대학에 진학하려는 고교생 중에는 상위권 학생도 있지만 ‘지방대 대신 외국 대학을 가겠다’는 중하위권 학생이 더 많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한 유학업체 대표 B 씨는 “학력과 취업경쟁이 더욱 심해지는 현실을 고려할 때, 자녀가 이렇다 할 비전이 안 보이는 대학에 가느니 차라리 외국 대학을 나와 그곳에서라도 자리를 잡길 바라는 학부모가 많다”고 전했다.
편입 목적 미국 ‘전문대’ 인기… 헝가리·키르기스스탄 ‘의대’ 원정도

중하위권 고교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유학지는 상위권 고교생들과 마찬가지로 미국과 캐나다 등 영미권. 하지만 이들 중에는 미국 주요 4년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필수요건인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성적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 대부분 토플 성적만으로 입학 가능한 커뮤니티 칼리지(2년제)에 진학 후 4년제 대학으로의 편입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다.

어학연수를 위한 유학생이 많은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권 대학에서 학위를 얻으려는 국내 학생도 늘고 있다.

유학업체 대표 C 씨는 “동남아권 대학의 경우 최근까지는 영미권 대학으로 편입하기위해 1, 2년 머무는 ‘경유지’ 성격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영국·캐나다 등 영미권 명문 대학의 학사시스템을 운영하면서 본교가 발급하는 학사학위도 주는 대학이 늘면서 이들 대학을 찾는 국내 학생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서 못 이룬 ‘의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중국은 물론이고 동유럽, 중앙아시아 등지로 원정을 떠나는 학생도 적지 않다.

경기지역의 한 고교 교사 김모 씨는 “매년 중위권 학생 중 서너 명이 외국 대학에 진학하는 우리 학교의 경우 최근 한 학생이 키르기스스탄 의대에, 또 다른 학생은 미국 공과대학 편입을 목적으로 방글라데시 대학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묻지마’ 유학行… 인가여부·취업여건부터 따져봐야

유학을 준비하는 중위권 학생들은 ‘해외 대학은 무조건 좋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기보다는 진학하려는 대학이 교육시스템을 제대로 갖췄는지, 현지나 국내에서 취업할 수 있는 길이 마련돼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는 일이 중요하다.

국내 의사국가시험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파라과이나 우즈베키스탄의 의대를 나와 국내 의사국가고시를 통과한 사례가 최근 있다.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국가의 의대를 졸업한 학생이 국내 의사국가고시를 통과한 사례는 극히 일부이며, 올해의 경우 예비시험 응시 접수자는 한 명도 없었다”면서 “동유럽도 국가에 따라 해당 국가의 의대를 나온 한국인 유학생이 국내 의사국가고시를 볼 자격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싸고 부실한’ 해외 의대를 나온 유학생 중 상당수는 국내 의사국가고시 예비시험조차 통과 못하는 수준인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의 인가 여부나 재정상태를 체크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의 한 자립형사립고 3학년 부장교사는 “국내 학생들이 진학한 미국 대학 중에는 미국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지 않았거나 학생비자 발급이 안 되는 부실한 곳인 경우가 종종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학 성공? 외국어능력, 시간운영능력 확보가 관건

해외 대학을 고려한다면 충분한 학업이수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영미권 중하위권 대학이나 동남아지역 대학의 경우 입학만으로 졸업이 보장될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유학컨설턴트 이모 씨는 “‘경북대에 못 가느니 서울대보다 좋은 미국 대학에 편입하겠다’며 미국 칼리지(전문대)에 입학한 학생 중 상당수는 수업을 따라갈 영어능력을 갖추지 못해 절반 가까이가 첫 학기 때 학업을 포기한다”고 전했다.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에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 D 씨는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한국 학생들은 시험을 앞두고 한국인 선배를 찾아 ‘족보’를 입수하는 데 급급할 뿐 토론식으로 진행되는 본 수업에는 잘 참여하지 못해 좋은 학점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면서 “공부와 함께 봉사활동·인턴 등 다양한 외부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외국 대학의 특성을 고려해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과 시간관리 능력을 미리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강훈 기자 ygh8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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