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산 바다 강 품은 길에 스토리 입혀
대구 동구, 도심 흉물 폐철교, 관광 명소 변신
대구 동구와 경북 경주시가 최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전국기초단체장 공약이행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두 지자체는 주민 참여와 독특한 아이디어로 공약을 추진했다. 기존 자원을 잘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여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 4월 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단체장 공약이행 평가에서도 이재만 동구청장은 최우수등급(SA)을, 최양식 경주시장은 우수등급(A)을 각각 받았다.
대구 동구는 ‘폐(廢)철교의 화려한 변신, 아양철교 관광 명소화 사업’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2010년 재선된 이 구청장이 민선 5기 주요 공약으로 추진했다. 아양철교는 2008년 2월 대구선(大邱線) 도심 구간이 외곽으로 옮겨지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돼 흉물로 남아 있었다.
대다수 주민은 도시 미관을 해친다며 철거를 요구했다. 동구가 안전 점검을 한 결과 구조물 곳곳에 녹이 슬고 낡아 즉시 보수나 철거가 필요한 D등급이 나왔다. 하지만 동구는 주민설명회를 수차례 열어 “폐철교를 재활용한 멋진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며 설득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사업비 53억 원은 민간투자를 활용해 예산 부담도 줄였다. 시각디자인 분야 권위자인 서울대 백명진 교수팀(디자인학부)이 설계를 맡았다.
10월쯤이면 세계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다리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다리박물관을 비롯해 산책로, 전망대, 카페를 갖춘 새로운 아양철교를 만날 수 있다. 인근 금호강변 공원에는 가수 패티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1971년 발표) 노래비도 세워진다. 6·25전쟁 때 그가 동구 신암동에 살았던 사실에서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동구는 10일까지 대구 시민을 대상으로 아양철교 명소화 사업에 따른 새 명칭을 공모한다. 홈페이지(dong.daegu.kr)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면 된다. 이 구청장은 “공약사업이지만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더 나은 방향을 정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였다”고 말했다.
경주시는 ‘산 바다 강에 길을 내다’를 제시했다. 곳곳에 조성한 문화관광길에 역사이야기를 담아 새롭게 조명하고 주민 참여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감포읍에 조성한 감포깍지길(20km)은 주민들이 관광활성화를 위해 자전거를 기증하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바다와 산 경치가 어우러진 이 길은 가족과 연인이 깍지를 끼고 걸으면 좋다는 뜻에서 감포깍지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양남면 읍천항∼하서항 주상절리(천연기념물 536호·오각형이나 육각형으로 갈라진 암석의 틈) 1.7km 구간에 만든 산책로인 파도소리길은 10m가 넘는 돌기둥이 독특한 풍경을 보여준다. 쉼터와 전망대, 경관조명 등을 갖춰 주말마다 1만여 명이 방문해 경주의 새 명소가 됐다.
인왕동 월정교 복원 현장에서 소나무 향기 가득한 삼릉까지(8km) 둘레길인 삼릉가는길은 신라 역사와 문화를 느끼며 걷는 코스로 주목받았다. 경주시는 3월 착공한 남산길 복원과 양동마을 녹색길, 보문호 순환길 등을 친환경 생태 길로 만들 계획이다. 최 시장은 “공약이행 과정을 주민들에게 자세히 알리고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 계획보다 훨씬 좋은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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