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탈출’ 뒤엔 매뉴얼 지킨 승무원들 있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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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기 착륙 사고]침착한 구조로 인명피해 크게 줄여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 사고는 객실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구조 활동을 벌여 사고 규모에 비해 인명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

특히 이윤혜 최선임승무원(40)을 비롯해 유태식(42) 김지연(30) 이진희(32) 한우리 승무원(29) 등 주로 기내 왼쪽에 있던 5명은 마지막까지 항공기에 남아 부상으로 신음하는 승객들의 비상탈출을 도왔다. 이들은 충격으로 정신을 잃은 동료 승무원 7명을 깨웠다. 항공기 꼬리 쪽에 있다가 중상을 입은 태국인 승무원 2명을 뺀 나머지 승무원들도 정신을 차리고 구조에 동참했다.

사고로 큰 혼란에 빠졌지만 이들은 침착하게 역할을 분담했다. 도어를 맡은 이진희 승무원은 기장의 지시에 따라 탈출 슬라이드를 펼쳤다. 도어 담당을 돕는 협조승무원 역할의 김지연 승무원은 넘어진 승객을 일으켜 세워 탈출을 유도했다. 그녀는 다리를 심하게 다친 한 초등학교 5학년생 어린이를 등에 업고 500m를 뛰어 멀찌감치 대피시키기도 했다. 사고 여객기에 탑승했던 유진 앤서니 나 씨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작은 소녀 같은 승무원이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부상자를 업고 비행기 밖으로 대피시켰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승무원들은 탑승객들이 가장 가까운 탈출구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뛰세요, 점프(Jump)!”라고 연신 외쳤다. 탑승 때 협조승객(ABP)으로 지정됐던 사람들도 승무원들과 함께 부상 승객을 밖으로 날랐다. 사고 당시 갈비뼈에 큰 충격을 받은 벤저민 레비 씨(39)도 비상구 레버를 당겨 탈출구를 확보하는 등 큰 역할을 했다.

승무원들은 1993년 목포공항 추락사고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마련한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행동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승무원들은 매뉴얼 숙지뿐만 아니라 매년 179시간의 안전 훈련을 받고 있다”며 “훈련 내용은 비상구 및 비상용 슬라이드 사용법, 탈출 절차, 탈출 후 생존을 위한 구호활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전했다.

장관석·강홍구 기자 jks@donga.com
#아시아나기#착륙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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