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3시 부산 기장군 일광면 이천리 이동항. 이 항구는 소형 동력선 수십 척이 정박한 조그만 항구지만 ‘기장 다시마와 미역’ 생산지로 유명하다.
이날 김경영 씨(44)는 1.74t의 블루마린Ⅰ호를 타고 2km 정도 떨어진 다시마 양식장으로 향했다. 김 씨는 4명의 인부와 함께 1시간여 작업한 끝에 다시마 3t을 수확하고 오후 4시경 항구로 돌아왔다. 오후 10시까지 세척과 분류 작업을 한 뒤 1차 건조 작업을 했다. 다음 날인 3일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까지 자연 상태에서 말린 뒤 또다시 5시간 동안 건조기에서 건조했다. 이어 2일 동안 저장한 뒤 20kg씩 포장해 창고에 보관했다. 생다시마 1t을 말리면 120∼150kg의 건조 다시마가 나온다.
다시마는 참살이(웰빙) 식품의 총아로 인기다. 특히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이후 다시마의 요오드 성분이 방사능 물질 해독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물량이 없어서 못 팔 정도다.
다시마는 10, 11월경 어장의 밧줄에다 씨를 심고 다음 해 6, 7월경 수확한다. 이맘때면 1.5∼2.5t 동력선 1척이 수확하는 다시마 양은 하루 평균 8∼10t. 상인들에게 판매되는 건조다시마 가격은 kg당 9000원 선. 소비자가격은 1만5000원 선이다.
기장군 관내에는 이동을 포함해 대변, 동백, 임랑 등의 358가구(1074명)가 다시마를 양식하고 있다. 양식장 면적은 350.95ha(약 105만2850평). 연간 생산량은 2만1400t으로 전국 생산량의 9%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산액은 전국 대비 40%(187억 원)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기장 다시마가 다른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시마보다 비싸다.
이정도 이동어촌계장(58)은 “기장 연안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고 풍부한 영양염류와 센 물살, 많은 일조량 때문에 최적의 양식지로 꼽힌다”며 “기장 다시마는 잎이 좁고 두꺼우며 부드러우면서도 오돌오돌한 맛이 일품이다”고 자랑했다. 요리 전문가들은 6, 7월에 수확해 말린 다시마가 색깔도 더 검고 윤기가 흘러 최고의 국물용 다시마로 꼽는다.
생다시마는 탕, 조림, 채 무침, 다시마 밥, 쌈밥, 국수, 튀각 등으로 요리해 먹는다.
다시마에는 염기성 아미노산인 ‘라미닌’이란 성분이 뭉친 근육을 풀어 주거나 피를 맑게 하고, 혈압을 내리게 해 환(丸)이나 가루 등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요오드가 많아 갑상샘 질환을 예방하고 심장과 혈관활동, 체온과 땀 조절 등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마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인 ‘알긴산’은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를 없애 준다. 최근에는 기장 다시마의 유산균 발효 추출물을 이용한 숙취 해소 음료도 개발 중이다. 김종근 기장군 해양수산과장(52)은 “다시마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피부미용품, 비누, 젤리, 비스킷, 쿠키, 사탕, 음료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12월 말부터 2월까지가 수확기인 기장 미역도 세종실록지리지에 궁중 진상품으로 기록될 만큼 특산물로 인기다. 26∼28일 이동항 일대에서는 기장 다시마와 미역을 마음껏 맛볼 수 있는 제4회 기장 미역·다시마 축제가 열린다. 직접 다시마를 채취해 보고 배 위에서 행운의 다시마 찾기, 미역 다시마 용궁비빔밥 먹기 등의 행사가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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