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가 9일 브리핑을 통해 7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착륙하다 사고가 난 아시아나 214편의 시간대별 속도 및 고도를 공개했다. 이 중 충돌 당시 항공기 속도가 권장 속도보다 시속 58km 느렸던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속도 저하’가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는지, 왜 속도를 늦췄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NTSB가 사고 여객기에서 수거한 블랙박스를 분석한 결과 사고기의 착륙을 위한 비행은 처음엔 정상적이었다. 그러다 조종사들은 충돌 8초 전부터 이상을 감지하고 비행기 기수를 다시 위로 올리기 위해 엔진출력을 높였지만 기수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충돌 3초 전 속도는 103노트(시속 191km)까지 떨어졌고, 동시에 양 날개의 엔진 출력도 50%로 떨어졌다. 충돌 직전 속도가 106노트(시속 196km)까지 올라갔지만 기준속도 137노트(시속 254km)에는 시속 58km나 모자랐다. 그 상태에서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NTSB는 이 부분을 조종사 과실 정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예비 기장들을 포함해 4명의 조종사 중 충돌 순간 누가 조종대를 잡았는지, 누가 어떤 명령을 내렸는지 등을 면담과 운항기록 확인 등을 통해 조사할 것”이라며 “피로도와 약물복용 여부도 조사항목”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착륙 권장속도가 비행기 추락을 막기 위한 것이지만 상당수 조종사들이 권장 속도 이하로 착륙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착륙 속도가 너무 빠르면 활주로 주행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항공운항과 교수는 “착륙 권장 속도보다 비행 속도가 낮았다고 해서 추락의 결정적 이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체 결함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용현 초당대 교수(항공운항계열)는 “자료를 보면 사고 직전까지 문제가 없던 속도가 갑자기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며 “여러 기장들이 이 부분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사고기의 자동 속도조절 장치(오토 스로틀)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항공기의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이 장치에 이상이 생겨 착륙 속도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 당국자는 “블랙박스 조사를 통해 이 장치가 정상작동 했는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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