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오원춘’… 소녀 성폭행후 토막살인 “호러영화 흉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 용인 엽기살인 범인은 고교 중퇴 19세

# “뭐하고 있어? 놀러 와, 함께 놀자.”

김모 양(17)은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잠시 고민했다.

김 양이 심모 군(19)을 만난 건 지난달. 친구 소개로 알게 돼 두어 번 만났다. 문자를 받은 뒤 경기 용인시 기흥에 있는 한 모텔로 들어갔다. 이때가 8일 오후 3시 반. 방 안에 들어가니 심 군과 최모 군(19)이 있었다. 김 양은 앞으로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질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고교 2학년을 중퇴한 심 군은 7일 밤 중학교 친구인 대학생 최 군을 자신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커피전문점이 있는 성남시 분당에서 만났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둘은 DVD방에서 영화를 본 뒤 당구를 치며 시간을 같이 보냈다. 둘은 피곤해지자 8일 오전 5시 반경 용인시 기흥에 있는 한 모텔에 투숙해 잠을 잤다. 잠에서 깬 심 군은 친구 소개로 알게 된 김 양에게 문자를 보냈다. 오후에 김 양이 도착하자 셋은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심 군은 김 양을 모텔에 놔둔 채 안과 치료를 받는 최 군과 함께 모텔을 나섰다가 무슨 생각에선지 병원 인근 편의점에서 문구용과 공업용 커터칼 2개를 구입했다. 최 군과 모텔에 다시 들어갔다가 최 군은 약속이 있다며 혼자 나갔다. 심 군은 이때부터 악마로 돌변했다.

심 군은 김 양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김 양이 반항하자 미리 준비한 커터칼을 들이대며 협박한 뒤 강제로 성폭행했다. 성폭행을 한 뒤 심 군은 겁이 났다. 김 양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감옥에 갈 것을 두려워한 심 군은 김 양을 목 졸라 살해했다. 8일 오후 9시경이다.

이때부터 그는 김 양의 시신을 훼손했다. 시신을 욕조로 옮긴 뒤 공업용 커터칼로 토막을 내려다 여의치 않자 살점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사용하던 칼이 부러지자 9일 오전 1시 반경 모텔 인근의 편의점에서 손잡이 길이 17cm, 날 길이 8cm의 공업용 커터칼을 새로 구입해 계속 시신을 훼손했다. 9일 오후 1시 16분. 약 16시간에 걸친 시신 훼손이 대략 마무리됐다. 그는 검은 대용량 비닐봉투를 구입해 시체를 옮겨 담았다. 도려낸 살점은 범행을 은닉하기 위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유기했다. 수십 차례 같은 일을 반복했다. 나머지 뼈는 비닐봉투에 담기 좋게 토막을 냈다. 그는 곧바로 할머니 부모 형과 함께 살고 있는 용인시 이동면의 집으로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시체를 담은 비닐봉투는 본채 옆에 자신이 거주하는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 장롱에 감췄다. 모두 맨 정신에 벌인 일이었다.

심 군은 김 양의 시신을 훼손하던 9일 0시경 최 군에게 ‘작업 중이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최 군이 ‘무슨 개소리냐’고 묻자 심 군은 ‘지금 피 뽑고 있다’며 사진을 보냈다. 사진은 욕조 안에 김 양의 시신이 뉘어 있고, 피부가 벗겨진 상태로 복부의 장기가 들여다보이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심 군은 이어 김 양 시신의 자세를 바꿔 비슷한 사진 한 장을 다시 보냈다. 최 군은 인터넷 호러물 캡처 사진 정도로 알고 ‘장난치지 마’라고 답을 보낸 뒤 잠자리에 들었다.

최 군은 1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자를 받은 다음 날 아무래도 꺼림칙해서 만나서 얘기하자고 해 만났고, 범행 사실을 듣고 자수를 권유했다. 김 양을 불렀을 때는 세 명이 침대에 누워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친한 사람들한테는 다정하고 따듯하지만, 가깝지 않거나 모르는 사람에게는 냉정한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심 군은 범행을 저지르고 모텔에서 나온 지 1시간여 후인 9일 오후 3시 29분 자신의 카카오스토리에 ‘내겐 인간에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이젠 메말라 없어졌다. 오늘 난 죄책감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슬픔이란 감정 또한 느끼지 못했고. 분노를 느끼지도 못했고 아주 짧은 미소만이 날 반겼다. 오늘 이 피비린내에 묻혀 잠들어야겠다’는 글을 올렸다.

# ‘평범해 보였던 10대’

엽기 10대 심모 군이 거주한 경기 용인시 이동면의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 그는 이곳에서 할머니, 부모, 형과 함께 살았다. 용인=김성모 기자 mo@donga.com
엽기 10대 심모 군이 거주한 경기 용인시 이동면의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 그는 이곳에서 할머니, 부모, 형과 함께 살았다. 용인=김성모 기자 mo@donga.com
심 군의 범행은 싱가포르에서 무역업을 하는 김 양의 부모가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부모를 따라 해외로 이주했던 김 양은 3년 전 한국이 좋다며 혼자 들어와 용인시 기흥의 한 오피스텔에서 생활해왔다. 2011년 분당의 한 고교 1학년에 다니다 중퇴한 뒤 뚜렷이 하는 일 없이 부모가 보내주는 돈으로 생활해왔다. 마침 사건 당일에 지방에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가 찾아왔고, 김 양이 들어오지 않자 부모에게 연락했다. 김 양의 어머니가 해외에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심 군은 9일 오후 7시경 수원의 한 식당에서 최 군과 만나 범행 사실을 털어놓은 뒤 10일 0시 30분 용인동부경찰서를 찾아 자수했다.

심 군이 토막 낸 시신의 뼈는 모두 29조각이었다. 살을 도려내 뼈만 남은 상태로 15kg가량 무게였다. 심 군은 경찰에서 “성폭행 사실을 털어놓을까 봐 죽인 뒤 시체를 가져나갈 방법이 없어 살점을 도려냈다”고 진술했다. 또 기자들과 만나 태연하게 “가끔 공포영화를 보기도 하는데 영화처럼 한 번쯤은 흉내내 볼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시신 훼손 방법에 대해서는 “인터넷에서 봤다”고 했다. 엽기 살인범 오원춘을 아느냐고 묻자 “이름은 들은 것 같은데 내용은 모른다”고 답했다. 그는 남의 고통에 대해 무감각하고 냉정한 사이코패스적인 면모를 보였다.

자퇴하기 전 심 군을 가르쳤던 교사는 “음악을 좋아해 기타 치고 작곡도 했다”며 “영어는 모의고사 1등급이 나올 정도로 잘했다”고 기억했다. 키 175cm가량에 건장한 체형인 심 군은 지난해 10월에는 인천 월미도 바다에 뛰어들어 자살을 기도했다가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2주간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사는 ‘상세 불명의 심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에 의한 자살 기도라는 진단을 내렸다.

용인=남경현·김성모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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