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黃 10년 넘게 호형호제… 부부동반 여행-골프 ‘각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1일 03시 00분


■ 구속된 원세훈 前국정원장과 건설업자 황보연의 커넥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황보연 전 황보건설 대표에게서 1억6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10일 구속되면서 두 사람의 친분관계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의 2인자나 마찬가지인 국정원장이 일개 건설업자의 돈을 덥석 받았다면 단순히 청탁과 뇌물로 얽힌 사이라고 보긴 힘들기 때문이다. 검찰은 황 전 대표가 원 전 원장의 오랜 후원자인 동시에 의형제처럼 친한 사이였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을 비교적 쉽게 구속할 수 있었던 것도 황 전 대표와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검찰은 진작부터 두 사람 간의 특수 관계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으며 올 초부터 원 전 원장 개인 비리 관련 첩보가 들어오자 황 전 대표에게 수사망을 집중했다.

○ 각별한 친분 국정원 안팎서 공공연한 비밀


원 전 원장과 황 전 대표의 밀착 관계는 국정원 안팎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황 전 대표는 원 전 원장이 서울시 국장을 하던 1999년부터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두 사람은 1951년생 동갑내기지만 6월생인 황 전 대표가 1월생인 원 전 원장을 형님으로 받들며 10년 넘게 ‘호형호제(呼兄呼弟)’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황 전 대표는 황보건설처럼 작은 업체가 공사를 수주하려면 인맥이 넓어야 한다고 생각해 많은 공무원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했다”며 “원 전 원장과는 고향이나 출신 학교가 같지는 않았지만 황 전 대표가 먼저 다가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는 대학원 과정을 통해 인맥을 넓히기도 했다. 1995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고려대 노동대학원 최고지도자 과정을 수료했으며 자선모임 등을 통해 알게 된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 등을 원 전 원장에게 소개해주기도 했다.

황보건설은 이 전 대통령이 집권한 뒤 2008년부터 대기업과 공기업이 발주한 공사를 잇달아 수주했다. 2008년 63억 원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11년 473억 원으로 급증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큰 공사를 계속 수주해서 황 전 대표의 능력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9년 홈플러스가 인천 무의도에 연수원을 설립한 것도 황 전 대표의 청탁을 받은 원 전 원장이 산림청에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황보건설은 이 사업의 기초공사도 수주했다.

2009년 2월 국정원장 인사청문회 때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원 전 원장에게 2007년 대선 당시 사용한 렌터카 비용을 누가 댔는지를 추궁하며 황 전 대표를 잘 아느냐고 물었다. 원 전 원장은 황 전 대표를 잘 안다고 대답했지만 렌터카 계약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 정보 경험없는 국정원장 임명 자체가 문제

황 전 대표는 따로 ‘선물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명품가방, 산삼, 순금 십장생 등의 각종 선물을 원 전 원장에게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원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생일선물로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선물로 보기엔 너무 비싼 물품들이라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으로 재직할 때도 이들은 부부 동반으로 여행을 가고, 골프도 함께 치는 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원 전 원장은 올해 1월 국정원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는 날에도 기조실장을 대신 내보내고 황 전 대표와 골프를 친 것으로 사정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위장차량까지 운행할 정도로 고도의 보안을 유지해야 하는 국정원장이 중요한 업무도 팽개친 채 일개 건설업자와 골프를 친 것은 있을 수 없는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서 행정 경험만 쌓은 원 전 원장을 국정원장에 임명한 것부터가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원 전 원장 이전에는 정보기관 특성상 주로 법조인이나 군 출신 인사 등 정보 분야의 경험이 있는 인사가 임명됐다. 이처럼 경험이 전혀 없는 원 전 원장이 정보기관 수장으로서의 무게와 위상에 신경 쓰지 않고 행동하다가 결국 개인비리로 구속되는 최초의 국정원장이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최예나·유성열 기자 yena@donga.com
#원세훈#부부동반#황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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