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근 서울과기대 총장(사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행정의 달인이다.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정부부처를 거쳐 교수가 된 이력 덕분에 교내외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바꿔나가는 속도가 남다르다. 취임 2년이 안 되는 시간에 일반대로 전환하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비결이다.
학교 총장실에서 1년여 만에 다시 만난 남궁 총장은 얼굴이 약간 야윈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살이 꽤 빠졌다”며 껄껄 웃었다. 남궁 총장은 “외부에서 총장을 모셨던 시절에는 놓치기 쉬웠던 학교 구성원의 생생한 목소리를 하나라도 더 담으려고 이리저리 뛰어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심한 스타일은 최근 교내에 마을버스가 들어온 점을 보면 실감이 난다. 예전에는 학교 자체 통학버스를 가동하다보니 저녁이 되면 차가 끊겼다. 남궁 총장은 학생들이 늦은 밤까지 도서관이나 실습실에 있다가 어두운 캠퍼스를 한참 걸어 나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마을버스 유치에 나섰다. 지역 주민을 설득해 석계역과 공릉역을 지나는 마을버스의 노선을 학교 안까지 연장했다. 통학버스를 없애면서 아낀 1억5000만 원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돌아갔다.
서울과기대는 올해 전공소개서라는 책자를 만들었다. 모든 학과별로 4년 동안 기초학문부터 고급 전공과목에 이르기까지 어떤 공부를 하는지, 또 졸업 후에는 어떤 분야로 진출하게 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자료다.
남궁 총장은 “성적만으로 대학을 지원하는 문화를 없애는 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싶었다. 전공을 고민하는 문화, 또 졸업 이후 미래까지 탐색하는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배경을 전했다. 예를 들어 이름이 똑같은 환경공학과라도 A대는 대기 분야, B대는 폐기물 분야의 교육 과정이 많은데 학생은 이런 차이를 알 길이 없다는 말. 전공소개서의 책자는 일선 고교에 무료로 배포했고, 파일은 입학처 홈페이지에 누구나 보도록 공개했다.
요즘 관심사를 묻자 남궁 총장은 학교를 더 알리고 동문을 결속시키는 일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가 취임한 뒤 서울과기대는 한 달에 한 번씩 재학생과 졸업생, 고교 교사와 학생, 기업 인사담당자에게 e메일로 뉴스레터를 6만5000통가량 보낸다. 통상 단체메일을 열어보는 비율이 한자리 숫자이지만 서울과기대가 만든 이 뉴스레터를 보는 비율은 15%를 넘는다. 내용이 충실하고, 성의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남궁 총장은 “예전에는 홍보 우편물을 보냈을 때 수신자 주소가 바뀌면 반송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주소가 바뀌었다며 우편물을 보내달라는 전화가 많이 온다. 동문의 애정도가 높아지는 것이 실감이 난다”면서 “7월 중에 학교 발전후원회가 발족하면 동문과 지역사회, 관련 기업인이 학교의 발전을 위해 함께 뛰므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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