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아양철교, 도시 흉물서 문화명소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10월까지 다리박물관-전망대 등 마련… 인근 금호강변 공원엔 패티김 노래비

‘명상교, 은빛나래교, 강나루교, 아양문화마루, 아양천년문화관, 추억의 아양철길….’

대구 동구 신암동 아양철교의 새 명칭 후보들이다. 동구가 10일 대구 시민을 대상으로 아양철교 명소화에 따른 명칭 공모를 마감한 결과 274개가 접수됐다. 동구 관계자는 “이달 중 심사위원회를 열어 명칭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 이름을 갖는 아양철교는 10월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한다. 2008년 2월 대구선(大邱線) 도심 구간이 외곽으로 옮겨지면서 열차 운행이 중단된 이후 5년여 만이다. 철교 보강 공사는 마무리됐고 산책로 조성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철교 중앙에 들어설 구조물 설치 공사도 곧 시작한다. 이곳은 강 위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독특한 공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공정은 45%다.

아양철교는 폭 3m, 길이 227m 규모로 1936년 5월 세워져 신암동과 지저동을 연결하는 다리였다. 하지만 열차 운행 중단 이후 도시 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지목받았다. 또 동구가 2011년 2월 구조 안전성 등을 점검한 결과에서도 즉시 보수나 철거가 필요한 D등급을 받았다. 이에 철거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철교는 동구의 참신한 아이디어 덕분에 살아나고 있다. ‘폐(廢)철교도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역발상은 주민들의 공감을 얻어 참여를 이끌었다. 개인투자자 10명은 ㈜동구사랑을 설립하고 사업비 53억 원을 내기로 동구와 협약을 맺었다. 또 시각디자인 분야 권위자인 서울대 백명진 교수팀(디자인학부)은 설계를 맡았다. 버려진 철교를 리모델링해 휴식공간으로 만드는 이례적인 도전에 매력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백 교수팀은 도심 재생을 주제로 각종 국제디자인전시회에 아양철교 사례를 출품할 계획이다.

새로운 아양철교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다리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다리박물관을 비롯해 철교를 느끼며 걷는 산책로, 금호강과 팔공산이 어우러진 경치를 감상하는 전망대, 세계 맥주 전문매장과 카페 등이 들어선다. 철교 출입구는 숲과 벤치 등 편의시설을 갖춘 공원으로 꾸민다. 강변 양쪽에는 각각 지상 2층 규모의 상업시설이 생긴다. 그동안 소외 지역이었던 신암동과 지저동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인근 금호강변 공원에는 가수 패티김의 ‘능금꽃 피는 고향’(1971년 발표) 노래비도 세워진다. 6·25전쟁 때 그가 신암동에 살았던 사실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이 노래에는 대구 사과와 팔공산, 금호강이 등장한다. 관광지로 바뀌는 아양철교와 어우러지면 새로운 상징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노래비 조형물 디자인이 확정됐다. 노랫말을 상징적으로 잘 표현하고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동구는 올해 개청 50주년과 대구 사과 재배 115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이 사업을 준비했다. 아양철교 준공식과 패티김의 노래비 제막식은 10월 10일로 예정돼 있다. 이재만 구청장은 “대구를 대표하는 새 명소가 되도록 다양한 사업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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