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버스서 ‘실수’한 어르신을 부모님 돌보듯…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2일 03시 00분


금호고속 양승현 운전사, 용변 본 노인 인근 요금소로 모셔가 씻겨

지난달 30일 오후 전남 영광군 대마면 한국도로공사 영광영업소. 회색 제복을 입은 금호고속 운전사 양승현 씨(51·사진)가 70대 노인을 모시고 들어왔다. 양 씨를 따라 들어온 노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 씨는 영업소 직원을 조용히 불러 사정을 설명했다. “차 안에서 어르신이 용변을 보셨는데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했다. 양 씨는 서울을 출발해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로 가던 중이었다. 갑자기 차 안에서 악취가 풍기면서 승객들이 술렁거리자 한 노인이 용변을 본 것을 알게 됐다. 그는 다른 승객들에게 양해를 구한 다음 인근 영광영업소로 차를 몰았다. 양 씨는 영업소 직원의 안내로 노인을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바지를 벗기고 손수 몸을 씻긴 뒤 직원이 구해다 준 옷을 입히고 슬리퍼를 신겨 줬다. 양 씨는 노인과 함께 버스에 오르며 승객들에게 “기다려 줘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양 씨의 선행은 5일 금호고속 홈페이지 ‘고객님 말씀’에 한국도로공사 영광영업소 직원이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직원은 “악취가 심했는데도 몸을 씻겨드리고 몸은 괜찮으신지 계속 어르신을 걱정했다”며 “양 씨의 따뜻한 마음씨와 선행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양 씨는 “버스에 타신 어르신들도 다 저희 부모님들이 아니겠느냐”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1993년 금호고속에 입사한 양 씨는 17년 무사고를 기록할 만큼 안전운전에도 모범을 보이고 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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