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대학, 고교와 손잡고 원석 골라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입학사정관 우수 대학의 성과

2007년 대학 입시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처음으로 시범 실시될 당시만 해도 일선 고교와 대학은 막막함을, 학생과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더욱이 지난 정부가 입학사정관 전형에 너무 속도를 내면서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선발 인원을 늘리자 현장에서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일부 대학은 허울뿐인 입학사정관 전형을 운영하다 좌초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이 전문성을 갖춘 입학사정관을 영입해 전형을 가다듬고 일선 고교와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단기간에 이 전형을 수준급으로 끌어올렸다.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선발한 학생들을 끝까지 관리하는 시스템도 구축하면서 사후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선진적인 대학 입시를 주도한다는 사명감으로 입학사정관 전형을 업그레이드해 온 우수 대학들의 노력을 들여다봤다.

고교 교육을 되살린다

입학사정관 전형이 도입된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은 대학과 고교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기본이 되는 학교생활기록부를 비롯해 고교의 비교과 영역이나 교사 추천서가 주요 자료가 되다 보니 대학과 고교가 서로 손을 내밀기 시작한 것이다.

입학사정자문위원제를 운영하고 있는 경희대가 대표적인 우수 사례다. 해마다 진학 지도 경험이 풍부한 일선 고교 교사들을 입학사정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입학사정관 전형은 물론이고 수시와 정시모집에서도 이들의 노하우를 평가에 활용한다.

열악한 고교의 현실을 감안해 대학이 전공 탐색 기회를 마련하기도 한다. 건국대는 지난 5월 9일 동안 전공체험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14개 학과가 참여해 전국 고교생 750명에게 전공에 대해 알려주고 실습 기회를 주면서 졸업 후 진로까지 알려줘 호평을 받았다. 4년째 학부모 대상 콘퍼런스도 열어 자녀의 적성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장을 열어가고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과도한 스펙 경쟁을 부추긴다는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바로잡아가는 대학들도 있다. 학교 밖에서 만든 서류를 배제하고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중시하는 전형을 늘리는 추세다. 예를 들어 고려대가 공교육 활성화를 위해 개인 포트폴리오나 외부 수상실적, 공인어학성적 등을 배제하면서 상위권 학생들 사이에 과도한 스펙 경쟁이 눈에 띄게 줄었다. 아주대의 학교생활우수자전형, 가톨릭대의 잠재능력우수자전형 등도 같은 사례다.

숭실대와 서울과학기술대처럼 입학사정관 전형의 취지에 맞춰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을 과감하게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단국대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쓰지 않는 것은 물론 면접에서도 고교 교과과정 밖의 내용은 출제하지 않기로 했다.

입학 후에도 책임진다

입학사정관 전형 초창기에는 교과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거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합격생들이 간혹 있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을 세심하게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이들은 다른 전형 합격생에 비해 높은 향상도, 우수한 성취도를 보이는 추세다.

동국대는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들을 입학 전후에 걸쳐 세심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단 합격이 확정되면 생활과 학업 부문으로 나눠 교수와 선배들이 기본적인 적응을 돕고 입학한 뒤에는 정기 간담회, 개별 상담, 커리어 관리, 튜터링, 졸업 이후의 포트폴리오까지 연계하는 입체적인 지원을 실시한다.

경희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합격한 학생들을 위해 잠재역량에 따라 별도의 맞춤형 장학금을 지원한다. 한국외국어대는 Diplomat 입학사정관 전형에 파격적인 장학금과 대학원 입학 특전을 주기로 했다.

인재상을 구현한다

지난해 한국외대에서는 입학사정관전형으로 영어통번역학과에 입학한 학생이 신입생을 대표해 합격 선서를 했다. 입학사정관전형 합격생이 이 선서를 한 것은 처음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한국외대는 한마디로 ‘영어에 꽂힌’ 이 학생의 성실함과 잠재력을 높이 샀다. 교내 영어리딩클럽과 영어연극동아리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인근 아동복지센터에서 영어교육봉사를 한 데다 한국외대가 주관한 영어토론대회에 참가한 이력도 있었다. 이런 비교과활동뿐만 아니라 교과 성적도 최상위권에 속했으니 한국외대가 추구하는 글로벌한 인재로 성장할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이처럼 입학사정관 전형은 각 학교들이 구현하고자 하는 인재상에 적합한 ‘원석’을 찾는 기능도 한다. ‘지·덕·술을 갖춘 인재 양성’을 추구하는 서울여대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공동체 정신을 비중 있게 평가함으로써 학교가 원하는 반듯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중앙대도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라는 학교의 인재상을 구현하기 위해 펜타곤형이라는 독창적인 평가방식을 운영해 다른 학교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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